젊을땐 '大洋으로' 나가고 싶었고, 지금은 '···'
젊을땐 '大洋으로' 나가고 싶었고, 지금은 '···'
  • 김일현
  • 승인 2015.04.16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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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前 전북도지사를 만나다
▲ 전주시장과 전북도지사로 16년간 재임하며 가난한 이들의 기본적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완주 전(前)도지사.

날은 흐렸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우산을 챙기지 않고 박물관에 조금 일찍 들어섰다.

약속한 시간 2시까지는 아직, 한 30분 남았다.

오랜 만에 박물관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월요일, 박물관은 휴관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남았다.

김완주 전 지사가 오기 전까지 그와의 첫 만남 그리고 마지막 인터뷰까지 찬찬히 회상해 봤다.

아마도, 1998년 가을.김완주 당시 전주시장은 자신의 복심이었던 김승수 현 시장과 함께 국회 정균환 여당 사무총장실을 찾았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첫 명함을 주고 받았다.

조금 유치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작은 체구로 빠르게 걸어가는 그는 ‘매서운 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새.2014년 여름.김 전 지사의 퇴임 인터뷰 장에 들어섰다.

첫 만남을 회상하자, 그는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나도 그렇지만 김 기자도 나이가 많이 들었네”.전주시장-도지사, 16년.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그 오랜 기간 전북을 이끌면서 보람과 후회, 회한과 환희의 순간이 교차했을 것이다.

수많은 독자들은 그래서 그의 근황을 궁금해 한다.

질의 요지를 다시 한번 차분하게 읽어봤다.

김 전 지사는 10분 정도 일찍 왔다.

잔뜩 흐려진 하늘 때문에, 인터뷰를 서둘렀다.

 

/편집자 주


 

“지사님, 빨리 오셨네요. 주차하는 걸 못 봤는데요?” “내 집이 바로 박물관 옆, 저기에요. 그래서 차를 탈 필요가 없어요. 걸어왔어요.” 그는 박물관 우측을 손으로 가리킨다.

“여기는 아파트가 별로 없네요?” “그래요. 단독 주택에서 살고 있어요”.중장년들의 로망이라는 마당 딸린 주택집? 전주박물관 옆이라면 주변 환경이나, 아침공기가 맑을 듯하다.

블루 계열 점퍼는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했다.

-도지사에서 퇴임하신 지 한 9개월 정도 됐네요. 많이들 궁금해 하세요.“퇴임하고 아직 인터뷰를 해 보지 않았어요. 현직 인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저도 인터뷰보다는 내 나름대로의 계획에 맞춰 생활하고 있어요.” -계획이라면?“뭐,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을 해 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버킷리스트 있잖아요. 하나씩 써 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해 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많더라구요.”김 전 지사가 젊은 시절 가장 해 보고 싶었던 것은, 원양어선이나 포경선을 타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어쨌든 그는 대양(大洋)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큰 고기 그러니까 참치나 작은 고래 같은 걸 잡고 싶었다고 한다.

30대에 가장 하고 싶었는데 뜻을 못 이뤘다.

그 일은 지금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그는 현실적인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최근에 뭘 해보셨나요?“농사요.” 김 전 지사는 농사일을 했다고 한다.

텃밭도 가꾸고 농사도 조금 지어 봤는데, “정말 농사일은 힘이 들더라”고 말한다.

그래도 농업의 중요성을 더 잘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전주시장과 전북지사로 16년간 재임했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요? 한옥마을인가요?“한옥마을도 보람 있지만 저에게는 달동네 문제가 더 소중했어요. 그래서 전주시장 첫 임기에 서민주택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았어요. 쉽게 말하면 달동네 주거환경 개선사업, 이렇게 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당시 최인기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700억원 넘는 기채를 받기도 했는데, 최 장관이 김 시장에게는 못 당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지요.”(웃음)달동네 주거환경 개선사업에는 약 4,00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그 당시를 기점으로 전주의 달동네는 대부분 사라졌다.

어렸을 때 김완주는 매우 어렵게 살았다.

중학교 때 부친이 작고했고, 자신의 학비를 대던 누이는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달동네 작은 방에서 식구들이 모두 살았다.

다섯 명, 여섯 명이 한 방에서 생활했다.

화장실 가는데 한 시간씩이나 줄을 섰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성공하면 달동네부터 없애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1998년, 전주시장이 된 그의 첫 방문지는 서노송동 달동네였다.

실제로 그는 달동네 환경개선을 위해 무진 애를 썼고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 일은 외부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통신이 활발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말한다.

“홍보하려고 한 일이 아니에요. 정말 마음 속으로, 가난한 이들이 기본적인 인간생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도지사로 재임할 때도 임대주택 1만호라든지, 전세자금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어떤 것보다도 보람을 느낀 일이다.

** 매실차와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찻집 주인은 따뜻한 녹차도 서비스로 가져왔다.

따뜻한 녹차는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조금 여유가 생기는 분위기여서 김 전 지사에게 민감한 문제들을 슬쩍 물었다.

그러나 그는 현안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을 열기에는 녹차 온기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인터뷰 후 ‘파장’을 우려했을 수도 있겠다.

김 전 지사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같은 현안에 대한 질문에 “현직 인사들이 잘 알아서 할 텐데,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전북 정치권에 대한 위상 평가나 혹시 후배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도 “정치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지 않느냐”며 말을 막았다.

차 한 잔을 더 들고 궁금한 걸 물었다.

-2009년 7월, 도민들의 일반적 정서와는 달리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새만금 감사 편지를 썼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요.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세요?“그 때도 말씀 드렸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당시 새만금 신항 건설계획이 백지화 위기에 처했고 그래서 저는 지사의 위치에서 승부수를 던졌어요. 대통령의 관심과 배려를 끌어내기 위해 편지를 보낸 겁니다.

그 이후 2개월 만에 새만금 신항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어요.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여야를 떠나 누구에게라도 달려가야 한다는, 제 충정으로 이해해 주세요.”-재임 중에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면 무엇인가요?“LH나 프로야구 구단 유치 실패도 있지만 정말 안타까운 게 있었어요. 지금 처음으로 말하는 거예요. 도청에서도 일부만 아는 일인데. 민감해서 말하기가 좀 그렇긴 한데…. 전북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말할게요.”-그게 뭔가요? (혹시, 새만금 MOU?)기자의 추측은 틀렸다.

김 전 지사는 자동차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자동차산업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많은 관련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자동차 부문은 경제 부흥의 핵심산업으로 꼽힌다.

그는 약 4~5년 전, 8개월에 걸쳐 자동차산업 유치에 힘을 쏟았다.

일본 유수의 자동차기업을 전북에 유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출장 때는 수행원 1명만 데리고 갔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서였고 일본 기업도 조용히 일을 추진했다.

투자는 거의 확정 단계에 이르렀다.

전북이 자동차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군산이 지금의 울산 같은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꿈. 현실화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이 때 독도 문제가 터졌다.

반일감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일본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늘었다.

결국 일본 기업은 전북 진출 결정을 보류했다.

“자동차산업,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기겠어요? 천운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산돼 버리니 정말 아쉬웠어요.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세상일이라는 건 모르지 않나요. 언젠가는 누가 주도하든, 다시 추진해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세한 말은 아끼고 싶어요.”일본 유수의 자동차기업. 만일 군산 새만금에 들어왔다면, 전북은 자동차산업의 진정한 메카가 될 수도 있었겠다.

지사의 위치에서 아쉬움이 클 만하다.

“이제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돼 가지요?” 김 전 지사가 “도민들과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 달라”며 마무리 발언을 한다.

그에게 한번 더 질문해야겠다.

어쩌면 독자들의 최대 관심사인데.-지사님의 정치적 역할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경륜을 그대로 사장시키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건데요, 내년 국회의원 총선 계획은 어떠신지?“…. …. 이제 그만 합시다.

비 오는데, 빨리 서울 올라가야죠.”창 밖을 보니 정말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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