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리뷰

화려함의 극치였다.

오랜만에 눈이 호강할 정도다.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겠다던 호남오페라단의 호언장담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실감했다.

지난 22일~23일은 오랜만에 전북 클래식팬들의 목마름을 적셔줄 무대가 선보였다.

호남오페라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졌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서양 오페라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대중적인 작품이란 뜻이다.

수많은 ‘라 트라비아타’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번 무대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화려한 무대였다.

파티가 시작되자 50여명의 출연자들은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를 채웠고 발레단의 멋진 무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2막 2장의 파티장면은 일반적으로 평상복 차림으로 꾸며지는 것에 비해 이번 작품은 가면무도회에 걸맞는 의상들을 선보였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뿐 아니라 ‘리골레토’, ‘아이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의상들이 총 출동해 진정한 가면무도회의 파티장면이 연출됐다.

집시와 투우사는 오페라 ‘카르멘’을 보는 듯 했고, 발레단의 안무는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장면을 연상케 했다.

여기에 의상과 안무가 눈요기에 그치지 않고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주요 장면으로 배치한 연출가의 의도도 엿볼 수 있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사항은 죽음에 임박한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운명을 어떻게 암시하느냐였다.

다른 작품의 경우 대형시계를 통해 시한부 인생을 은유적으로 표현키도 했다.

이번 무대는 ‘벌거벗음’을 무대 전면에 세웠다.

1막이 시작되자 고통 속에 몸부림하는 전라의 여인과 3막 침대에서 춤을 추며 사라지는 누드 여인을 통해 여주인공의 앞날을 예고한 것이다.

죽음 앞에 발가벗겨진 주인공의 순결함과 깨끗함을 누드로 압축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무대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대형작품이란 평을 받았지만 일부 출연진의 기대 이하의 노래실력이 성공적 작품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주인공의 아리아는 무대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에스트라노’에서 ‘셈프레 리베라’로 이어지는 이 노래는 소프라노의 기교를 한껏 과시할 수 있는 아리아로 충분한 훈련과 완성된 기교로만 발휘할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이날 공연의 여주인공은 이 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고 심지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데도 실패했다.

가장 많은 감동을 줘야 할 대목에서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9명의 바텐더가 무대 위 술잔을 거두며 비올레타의 영혼을 표현하는 이색적 장면으로 만족해야 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