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前 비서관 '바보, 산을 옮기다' 출간 한 정치인의 깊은 고뇌-진지한 성찰 엿보여

‘대통령의 필사’로 잘 알려진 윤태영 전 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와 역정을 지근거리에서 묘사하고 기록한 책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를 출간했다.

자서전 등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그에 대한 일화나 인권변호사로서의 활약상은 과감히 생략했다.

현실 정치에 입문하기 시작했던 무렵인 1987년 6월 항쟁 이후부터의 정치적 삶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고질적인 지역구도 타파를 통한 국민통합을 위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던 노무현의 도전과 시련, 좌절이 꾸밈없이 담긴 이 책은 한국 현대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한 걸출한 정치인의 우직한 면모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인권변호사이자 재야운동가였던 노무현이 1987년 대선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장면에서 시작해 16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02년까지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정치인 노무현이 3당 합당과 낙선 등 시련과 좌절을 겪으면서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를 자신의 정치적 과제로 설정하는 과정, 그리고 끊임없이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다시금 부산에 출사표를 던져 지역구도의 높은 벽에 도전하는 정치역정이 담겨있다.

2부는 대통령 재임중의 이야기다.

사실상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노무현의 정치’라는 측면에서 본 ‘참여정부 비망록’인 것이다.

각 계기마다 대통령 노무현의 다양한 모색과 지향, 그리고 깊은 고뇌가 가감 없이 소개된다.

여러 가지 사건과 갈등의 이면에서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생각했고 또 무슨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무엇이 대통령을 힘들게 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그가 끝까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5년의 기억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그의 정치는 ‘국민 통합’에서 시작됐고 마지막까지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목표도 ‘국민 통합’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국민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 재임 중에도 정치의 지역구도 청산을 위해 걸어온 자신의 역정을 밀도 있게 정리해줄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문했다”며 “안타깝게도 그 동안 출간된 자서전과 미완의 회고록에서는 이 명제에 대한 조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편찬 의도를 밝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록했던 만큼 저자는 하나하나의 계기마다 대통령의 육성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듯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와 생각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부록에는 2001년 정치인 노무현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토로한 구술을 육성 그대로 옮겨놓았다.

현실 문제에 대한 그의 안목과 해법이 담긴 이 책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한 정치인의 깊은 고뇌와 진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저자 윤태영은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을 역임했으며 대통령의 필사로 잘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바보, 산을 옮기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기록’ 등이 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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