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 강요되는 시대 거부자들의 이야기 학력 차별 경험-좌절 섬세하게 담아

대한민국 고3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률은 70퍼센트를 상회한다.

그만큼 대학이 강요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 할 것은 나머지 30퍼센트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책이 나왔다.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오월의봄)는 존재만으로도 제도권 교육과 주류 사회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불러낸다.

책 속의 주인공은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대학에 아예 진학하지 않은 이들부터 대학에 다니다가 자퇴로서 대학을 거부한 이들까지 다양하다.

크게는 ‘나는 왜 대학을 거부하는가’를 말하는 1인칭의 목소리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대학거부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자신의 삶을 억압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불의를 조장하는 제도로서의 대학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하나로 맞닿는다.

책에 등장하는 열 네 명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대학과 입시 거부자들이다.

대학거부에 대해 처음 사유하고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서도 여전히 이런 질문 또는 질책들에 시달려온 아이들의 부르짖음인 것이다.

‘대학 안 가면 뭐 먹고 살래?’, ‘왜 안 갔냐’, ‘안 간 거냐 못 간 거냐’, ‘가서 나쁠 건 없지 않냐’ 등 다양한 질문들이 이들을 피곤하게 했다.

그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에게선 ‘학생이세요?’, ‘어느 학교 다녀요?’, ‘몇 학번이세요?’ 등 대학 진학을 당연시 여기는 무차별적인 질문 폭격을 받기 일쑤다.

이 책을 쓴 저자인 투명가방끈은 2011년 열아홉 살 또는 고3 청소년들이 모여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하면서 만들어진 단체다.

언뜻 재밋게 느껴지는 이름이지만 깊은 뜻이 담겨있다.

흔히 ‘가방끈’으로 표현되는 학력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입시거부선언과 대학거부선언을 한 거부자들과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다.

이들의 궁극적인 과제는 지금의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것인 동시에, 무엇보다 그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자 오롯한 지금의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왜 대학.입시를 거부했는가’에 대한 당당한 호소를 담고 있는 동시에, 선언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주한 경험들과 그에 따른 생각의 변화 또한 섬세하게 담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거부 이후에도 이들의 삶은 계속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학입시와 학력.학벌 체제를 받아들인 이들에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삶의 거친 부분을 일찍 받아들여야 했다.

이들은 대학을 가지 않았기에 더욱 철저하게 스펙을 필요로 했으며 대학생에게만 허용되는 청춘의 혜택에 대해 좌절하기 일쑤였다.

대학을 다니지 않는 ‘나’도 ‘청춘’이라고 외쳐야만 했던 이들의 몸부림을 읽어내려 가다 보면 대견함보다도 안쓰러움이 먼저 밀려온다.

한 학생의 “대학 거부자로서의 내 인생이 주변의 대학생 친구들에 비해 반짝인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삶과 그들의 삶은 불안이라는 공통 요소로 유사해져만 갔다”는 고백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대학에 가야 한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박차고 나온 아이들의 목소리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다가온다.

그간 ‘대학을 나온’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저 뭉뚱그려진 별난 인생에 불과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것이 결코 유별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도 인생의 어느 땐가 겪었던 상황과 생각들이며, 어쩌면 우리의 교육이 결국 나아가야 할 지향점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책 한 권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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