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순창-8일 김제-10일 전주 확진자 발생 상가들 고객 발길 끊겨 백화점도 썰렁 지난주 부터 예약 취소 매출 70% 감소 SNS 괴소문 확산에 피해는 상인들 몫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계속적으로 나옴에 따라 도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11일 전주시 중앙동 상가 거리가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표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 공포가 지역경제를 덮쳤다.
지난 4일 순창지역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8일 김제, 10일 전주까지 확진 환자가 나옴에 따라 도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상인들 역시 메르스 확산에 불안해하고 있지만 이 불안감이 매출감소로까지 이어지면서 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현재 영세상인들은 월세 걱정에 처했으며, 도내 여행업계는 지난 세월호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직격탄을 맞아 고사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메르스가 종식돼도 한 번 죽은 경기를 되살리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들의 한숨이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주 이슈에서는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도내 경제 현장을 둘러보며 영세상인의 어려운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7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가다가는 월세는 고사하고 정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10일 오후 12시 중앙동에 자리한 한 여성의류 전문점. ‘요즘 메르스에∙∙∙’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나온 주인 김 모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이달 들어 여름 원피스와 티셔츠 등 달랑 4벌 팔았다면서 지난 주말부터 지금까지 매출은커녕 옷을 사러 오는 손님도 없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그냥 나오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인근 상가를 둘러보니 품목과 상관없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상인들 모두 한숨을 내쉬며 “누구 탓을 할 수도 없고 죽을 맛”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지난 4일 순창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데 이어 김제, 전주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안 그래도 경기침체로 암울한 지역상권 분위기가 더욱 침울, 거리에는 영세상인들의 한숨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일대를 30~40분 정도 돌아볼 동안 마주친 사람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몇몇뿐이었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가보니, 이곳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직 점심시간인데도 평소 같으면 북적여야 할 식품코너 일대가 한산하다 못해 추웠다.

1층 화장품, 잡화 매장이나 2층 의류 등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A 브랜드 아동복 판매 직원은 “지난 일요일부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비수기에도 아동복은 팔리는데 이번엔 다르다.

메르스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시기가 백화점 내에서는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는 것. 실제 백화점의 매출은 지난해 세월호 여파 때보다 좋지 않았다.

전년대비 10% 역신장했으며, 예년보다는 13% 떨어졌다.

이에 백화점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며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저 직원들 안전과 위생만 철저히 하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내친김에 서신동 일대와 신시가지 일대 음식점도 돌아봤다.

대부분 ‘메르스’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도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도내에서도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지난주부터 저녁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추어탕, 스파게티•피자 전문점, 중국집 주인들은 “낮에도 거리에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점심 손님도 줄었다”며 “이번 달 월세를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중 일부 음식점은 메르스 확산 전보다 매출이 60~70% 감소했다고. 특히, 이들은 SNS 등에서 메르스 관련 괴소문 확산됨에 따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상인 몫이라고 말하며 얼굴까지 붉혔다.

 퇴근 시간인 6시 30분 무렵 롯데마트•홈플러스 효자점에도 가보니 넓은 매장에는 직원들뿐이었다.

평소 같으면 퇴근을 하면서 장보러 온 사람들로 제법 붐빌 시간인데 말이다.

7시가 좀 넘으니 하나둘 사람들이 늘었지만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 한 사람은 아예 손 소독제를 꺼내 카트에도 뿌렸다.

판매 직원들은 이때다 싶어 고객들에게 상품을 열심히 설명, 제품을 시식해 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모두 매몰차게 지나치며 빠르게 마트를 빠져나갔다.

만두를 판매하고 있는 직원은 “시식을 위해 구워 놔봐야 먹는 사람이 없다.

일부 고객은 닿는 것도 꺼리더라”며 “오히려 동네마트보다 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서인지 내부 분위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고 귀띔했다.

주부 임병숙(60•전주시 효자동) 씨는 “외식이고 뭐고 간에 어디 불안해서 밖에 나갈 수 있겠느냐”며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몰라서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다수가 모이는 데는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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