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 8경으로 선비들 술마시며 풍류즐겨 '철거-중건-복원' 인고의 세월 거쳐내 과거와 달리 관리없어 낙서-얼룩만 가득

▲ 전북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에 위치한 비비정은 완산 8경인 '비비낙안'으로 불려 왔다.
▲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자에 낙서와 얼룩들이 가득했다.
▲ 비비정에 올라 하천을 보면 오른쪽에는 폐철도와 왼쪽에는 신철도가 시야를 가른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를 방문하면 정자를 만날 수 있다.

비비정이다.

정자가 있는 이곳은 예부터 완산8경인 ‘비비낙안’으로 불려 왔다.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를 일컫는 말로 과거 선비들은 비비정에서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

비비정은 오래된 역사만큼 인고의 세월을 거쳤다.

1573년 선조 6년에 최영길이 건립했지만 철거됐다.

이후 1752년 영조 28년에 중건됐지만 또 다시 없어지게 된다.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자는 1998년 복원된 것이다.

철거에 중건에 없어졌다 다시 복원된 셈이다.

비비정 아래는 삼례천이 지금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

호남평야와 더불어 해가 지는 낙조는 매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강변의 백사장은 40~50년 전만 해도 모래밭이 햇볕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고 한다.

지금은 갈대와 풀로 무성해 사람 접근조차 어렵다.

완산8경으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던 비비정은 과거 모습과 전혀 달라 찾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비비정 정자는 사람들의 낙서로 얼룩져 있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성한 곳이 없다.

취객들이 찾은 탓인지 먹다 남은 술병과 안주거리가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비비정 옆의 호남철도도 하나의 명소가 됐었다.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한가로운 정자와 더불어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라선 복선이 완공되면서 폐철도로 변했고, 새로 난 철도는 그 위압감으로 정자의 존재감을 상실시킨다.

실제 정자에 올라 하천을 보면 오른쪽 폐철도와 왼쪽 신철도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하천을 바라보며 시 한 수 짓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양쪽 시야를 막은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비비정 정자를 중심으로 마을엔 비비정 레스토랑, 카페 비비낙안,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산책로를 걸으며 오순도순 정을 나누고 레스토랑에 들려 이 지역 농산물로 생산된 식사 한 끼는 구수한 시골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레스토랑은 마을 주민 70대가 음식을 만들고 40대가 상을 차리고 20대가 서비스를 하는 마을공동체 형식을 띠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지역커뮤니티에 비즈니스를 도입해 지역사회를 되살리는 구조가 이곳에서 실행되고 있는 셈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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