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 진념 전 부총리는 "전북 포럼"을 구성, 강력한 전북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업이 장관’이라고 불리는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북이 낳은 걸출한 경제관료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관료라고 칭하기에는 그의 경력과 업적이 너무 화려하다.
IMF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의 큰 틀을 짠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을 지내면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다.
묵직한 경륜과 해박한 실물경제 이론 등으로 그는 역대 정부에서 중책을 맡아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 홍릉에 있는 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찾았다.
‘경제학/한국경제개발(Economics / Korean Economic Development)’을 강의하고 있는 진 전 부총리는 요즘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75세의 연령이지만 꼿꼿한 허리와 또렷한 목소리는 40~50대 중반이라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했다.
날이 더워서인지 진 전 부총리는 냉장고에서 생수 두 병을 꺼냈다.
“시원하게 한 모금씩 마시면서 얘기 하십시다.”
/편집자주

 

 

“월요일, 수요일 3시간 반씩 영어로 수업합니다.

어제 수업을 마치고 이제는 조금 홀가분합니다.

영어로 하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많지요. 그러나 학생들이 워낙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어 저도 쉴 틈 없이 강의를 준비합니다.”

진 전 부총리는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지금도 쉴 틈이 없어 보인다.

대학원 강의도 있지만 대내외적 활동으로 매우 분주하다.

그에게 도움과 조언을 얻으려는 정부 부처나 기관, 주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는 10여년 간 KSP에 힘을 보태고 있다.

KSP는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 ‘지식공유사업’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경제 발전 경험과 지식허브 기관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이 주 대상지다.

이미 40여개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진 전 부총리는 KSP를 총괄하고 어드바이스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많이 바쁘시지요?

“강의 준비도 하고, KSP에도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어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힘이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와야지요.”

 

 

-고향 신문이니만큼 전북에 대한 말씀 위주로 부탁 드립니다.

도세가 약해 전북 발전에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요.“호남에서만 봐도, 전북은 전남에 비해 인구수와 중앙 인맥에서 부족합니다.

관계부처 요로에 인물이 부족하니까 예산을 확보한다든지,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지요. 이런 부분이 가장 아쉽지요.과거에는 우리 전북 출신 중에 존경받고 힘 있는 정치인이 많았습니다.

인촌 김성수, 소석 이철승, 독립운동가인 라용균 전 국회부의장, 윤제술 전 의원 등 대단한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맥이 끊어져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인물을 키우고 힘을 길러야 합니다.”

 

 

-지역 성향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까요?

“글쎄, 많이들 얘기하지만 전남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평가되지요. 중요한 선거에서 표를 별로 안 찍어줘도, 워낙 사납게 하니까 장관 자리도 주고 대우를 해 주지요. 그런데 전북은 양반이지요.(웃음) 충청처럼 양반이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손해를 볼 때도 있지요. 더욱 강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북 발전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먼저 ‘전북 포럼’ 같은 걸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전북이 경제 쪽은 강했어요. 큰 기업은 많지 않지만 경제 쪽은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장수 출신의 정재석 상공부 장관이나 저 그리고 강현욱, 강봉균 장관 등 경제라인이 막강했어요. 그래서 저는 전북 출신들이 하나로 모아지면 대단한 파워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젊은 기업인들이나 벤처기업인들, 금융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해 서로 교류하고 상부상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연택 전 장관이나 유지창 전 산업은행 총재 등과도 많이 고민을 했는데 지금은 답보 상태여서 조금 아쉽습니다.”

 

 

광주전남권에선 이미 ‘호남미래포럼’이 발족돼 있다.

한갑수 전 농림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번영과 호남의 도약을 목적으로 지난 2013년 12월 창립했다.

광주전남 출신 인사 57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갑수 전 장관, 김승규 전 국정원장,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김수삼 성균관대 석좌교수, 신승남 전 검찰총장, 이균범 전 전남도지사, 이영일 전 한중문화협회 회장, 남상용 전 재경 광주전남 연합동창회장, 안원태 전 한국국립공원진흥회 회장, 문병호 전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호남미래포럼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차별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 균등한 공정한 인사정책을 제안하고, 국가 균형발전 및 선진사회 정착, 사회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 등 사회통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기업유치 등 지역발전과 사회통합방안 등에 대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광주 전남 현지회원 초청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창립 초기에는 전북도 함께 참여하는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전북은 일단 자체적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전북 포럼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진 전 부총리의 생각이다.
 

 

-전북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전북 미래를 위한 밑그림, 청사진은 잘 그려져 있다고 봅니다.

새만금사업이나, 식품클러스터, 전주 문화도시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탄소 등의 신소재, OCI, LED, 풍력 산업 등 계획이 잘 짜여져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새만금사업의 경우에는 이제 가시적 성과를 보일 때입니다.

특히 한중 FTA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중국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입니다.

전국에 산업공단이 많고 경제자유구역도 많습니다.

새만금은 이런 경쟁 속에서 우리 만의 차별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새만금 지역은 ‘노사분규 청정 지역이다’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전에 대우가 군산에 들어올 때 제가 고건 전 총리, 군산 시장 등과 함께 3년간 노사분규 없도록 하겠다,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해 주겠다고 김우중 대우 회장을 설득해 입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성과를 거뒀고 대우도 자리를 빨리 잡은 것입니다.

노사분규가 없고 양질의 노동력이 공급되면 모든 기업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또 산학연도 중요합니다.

산학연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 스탠포드대학을 예로 들어보면, 이 대학 출신이 만든 기업이 4만여 개 됩니다.

이들의 1년 매출액은 프랑스 국민소득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특히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국가 경제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겠어요? 우리 전북도 지역 대학과 기업 등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모아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국가 경제도 선택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그렇습니다.

중국이 깨어나서 앞서가고 있고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 대반격에 나섰지요. 우리는 양 쪽에 끼여 있습니다.

냉철한 성찰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는 우리가 독일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정치를 잘 해서 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권세력이 바뀌어도 국가 주요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새로운 리더가 나와도 기존의 정책을 존중하고 더 발전시켜 나갑니다.

적과 동지를 구분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파트너로 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도민 여러분,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농사 짓는데 해갈도 되지 않아 얼마나 걱정이 많으십니까?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 현재는 어렵다 하더라도 내일 그리고 모레를 위해 힘을 모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전북 발전에 대한 기본 청사진과 밑그림이 잘 그려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서서히 성과도 나타날 것입니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우리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잘 그리고 전북 발전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 나갑시다.

함께 가십시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1962년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에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경제기획원의 물가정책국장, 차관보를 지냈고 노태우정부 시절인 1991년 동력자원부 장관, 김영삼정부 때인 1995년 노동부 장관, 김대중정부 때에는 1999년 기획예산처 장관에 이어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과 2001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다.

'직업이 장관', '특급 구원투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한국 경제관료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경력]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2012.4 - 현재)

전북대학교 석좌교수(2010.05-  )

LG전자 사외이사 (2004.3 -2007.3 )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 선임(2003.3 )

삼정 KPMG 회계법인 비상임고문(2002.11)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위촉](2002.09)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2001.01-2002.04)

제4대 재정경제부 장관(2000.08- 2001.01)

제1대 기획예산처 장관(1999.05- 2000.08)

초대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장관급](1998.03-1999.05)

기아그룹 회장(1997.11- 1998.03)

제13대 노동부 장관(1995.05- 1997.08)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사장(1995.05-1995.06)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1995.02-1995.05)

미국 스탠퍼드대 초빙교수(1994)

제11대 동력자원부 장관(1991.05-1993.02)

제17대 해운항만청 청장(1988.03-1990.01)

주영국대사관 참사관(1977)  

 

[학력]

스탠퍼드대학교 MBA 과정 수학(1994)

한양대학교대학원 경제학 박사 (1988)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대학원 경제학 수료(1968)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전주고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