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프란치스코 교황 방한등 78편 수록··· 이 시대 소중한 가치 일깨워

한국 시단에서 독자적인 서정 세계를 일구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독자들을 사랑을 받아온 정호승 시인이 산문집 ‘우리가 어느 별에서’(열림원)를 출간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지난 2003년 출간된 ‘위안’의 개정증보판이다.

세월호 비극,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탈북 시인의 시집에 대한 글 등을 비롯해 18편의 산문을 추가하고 기존의 산문들을 선별해 총 78편의 대표 산문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19년 전 정호승 시인의 첫 산문집으로 태어나 몇 차례 개정판을 거듭해 온 ‘기구한 운명’을 지닌 산문집이다.

1996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2001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2003년 ‘위안’으로 발간됐지만 이제 다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란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작가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시인은 ‘책에도 운명이 있다’는 말을 그대로 체현한다.

시인의 작품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독자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쓴 시의 출발점이 구체적인 ‘인간의 비극’에 대한 이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그의 시 세계의 씨줄과 날줄이 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인간의 비극으로서의 외로움’을 이해한 시인으로서 자연을 바라보고 인생을 관조하고 사랑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산문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산문집은 읽는 독자에게도, 쓴 시인에데도 오늘날까지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문학은 삶의 일부이고 최고의 시는 나 자신의 인생’이라는 깨달음을 고백한다.

우리의 외면적 삶과 내면적 삶에 있어 나라 안팎으로 거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기억하도록 외치고 있는 듯 하다.

시인은 ‘사람들의 가슴에 창을 달아주려’ 글을 쓴다고 거듭 말한다.

그의 마음을 산문집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첨성대 창문을 통해 계림숲과 반월성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엔 유난히 별들이 찬란했다.

천장 위 사각의 구멍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에서는 와르르 별들이 쏟아지는 것만 같아 몇 번씩 몸을 낮추곤 했다.’

시인이 어렸을 때 지내던 할머니의 초가집은 첨성대 코앞에 있었다.

아늑하기만 했던 첨성대 안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통해 시인의 영혼을 위한 자양분을 수혜 받았던 어린아이의 마음이 글에 녹아있다.

시인은 또한 윤동주, 이육사 시인, 정채봉 작가, 박항률 화백, 공씨책방의 공 사장 등 수많은 그리운 이름들을 산문집에 언급한다.

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낸다.

탈북시인 장진성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시선이 미치는 문학의 영역엔 한계가 없다.

이 밖에도 가난한 일상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시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욕심이 지금에 이르러 축복이 된 이야기와 진정한 만남을 위해선 기도로 응답받아야 한다는 신실한 믿음, 세월호 사태를 바라보는 준엄하지만 따뜻한 시선은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책에도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반추한다”고 말했다.

글 짓는 인생을 살아온 시인의 세계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산문집을 우리는 다시 펴봐야 하는 이유로 삼아야 한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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