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수 산문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손발톱 속에 낀 흙' 부모의 헌신 그려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부모님께 바치는 사랑비 中 부모님과 고향을 향한 지극한 애정에서 발원한 글들이 한데 묶여 결실을 맺었다.

임실 덕치면 진뫼마을이 고향인 김도수(57)씨가 산문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전라도닷컴)를 펴냈다.

지난 2004년 펴낸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에서 보여준 고향사랑보다 한층 더 깊은 맛을 낸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산골마을에서 자식들을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한 생애를 바쳤던 어머니의 헌신과 아버지의 개성이다.

저자의 부모님은 허리가 고부라지게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았던 ‘지게 세대’의 사람들이다.

자식들 허기진 배 채워주려고 논두렁 길에서 허리 고부라지게 뜨거운 삶을 이고 나르던 ‘똬리 세대’의 어머니와 함께 걸어온 이 시절은 저자가 잊지 못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한 푼 두 푼 아끼고 모아 세운 자그마한 ‘빗돌’은 그런 부모님을 향한 애끓는 마음 그 자체다.

취직이 되면 주말마다 술병 들고 진뫼마을로 달려오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 속에서 막내아들 보고 싶다는 표현을 살아 생전 담백하게 표현했던 어머니의 말은 그가 키워나간 감수성의 8할을 차지한다.

저자는 “그 비에 새긴 ‘손발톱 속에 낀 흙’은 두메산골에서 오로지 자신의 몸뚱아리를 닳아치는 것으로 자식들을 건사할 수 밖에 없었던 부모의 한 생애와 헌신을 증거한다”고 설명했다.

책에서는 강변의 바위들도 모두 제 삶의 이력와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허락바위’가 관공서 치장석으로 끌려갔다가 ‘自律(자율)’이란 한자를 몸에 새긴 채 고향 강변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일 등은 그가 자랑하고 싶은 노력이다.

또한 추억에 머물지 않고 현실 속에서 고향을 세워가려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마을공동체는 그가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자산이다.

생활의 달인들이자 저마다의 재주와 솜씨로 서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존재로 한데 어울려 살았던 마을 사람들에 바치는 헌사도 만날 수 있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사는 추천사를 통해 “그의 글에는 낯설거나 낯익은 자화상이 있고 질기지만 고운 인연이 있다.

무엇보다 생동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마음과 몸짓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시골 툇마루에서 먹던 호박죽 냄새가 난다”며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글임을 표현했다.

저자 김도수는 1959년 전북 임실 덕치면 진뫼마을에서 출생, 2006년 ‘사람의 깊이’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산문집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시집 ‘진뫼로 간다’ 등이 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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