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정 '조선탐정 박명준 백안소녀 살인사건' 1636년 사흘동안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이야기

‘왕의 밀사’와 ‘제국의 역습’에 이은 조선탐정 박명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출간됐다.

허수정 작가의 신작 ‘조선탐정 박명준 백안소녀 살인사건’(신아출판사)은 전작 이상의 정교한 추리와 감동의 반전을 담은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전작에서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을 미스터리하게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병자호란 직전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번 소설에서는 역사적 시기를 배경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사건을 탐정하고 추리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시대 미스터리’의 전형을 구축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38년 후. 피로인(被擄人) 출신의 박명준은 왜관에서 일하는 도중 거상 진자에몬으로부터 팔공산 협곡에 자리 잡은 까마귀촌으로 의문의 남자 오카다를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렇게 도착한 까마귀촌은 낯설고 괴이한 모습으로 그를 맞이한다.

도착 첫날부터 연쇄살인사건이 숨가쁘게 터져 나가면서 마을은 삽시간에 공포의 장소가 된다.

박명준이 밝혀낸 까마귀촌의 엄청난 비밀은 슬프지만 잔혹하다.

현실성을 획득한 시대상황과 치밀한 추리, 예측 불허의 반전이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입지를 확보한 이번 소설은 전작 이상으로 주인공인 박명준의 캐릭터가 확고히 구축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독자들은 박명준을 따라서 1636년의 시간 여정을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미스터리 소설은 그 특성상 독자를 지적 유희의 장으로 안내하는 매개다.

어설프지 않아야 높은 완성도를 이룰 수 있다.

작가의 이번 신작은 미스터리 소설이 갖춰야 할 중요 요소가 확보돼 있다.

1636년, 팔공산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 시작된 기이한 일들, 복수와 증오를 뛰어 넘은 사흘 동안의 연쇄살인사건 현장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시대의 명제를 함께 풀어가는 경험을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실제로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이력을 지녔다고 생각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일본과 조선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박명준이야 말로 탐정의 역할에 적격인 것이다.

어느 한쪽의 감성에 함몰되지 않기에, 양쪽 모두 이성으로 바라보고 ‘탐정’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더운 여름날, 책장을 펼쳐 1636년의 까마귀골의 일원이 되어 사건을 지켜보기를 권한다.

허수정 작가는 부산 출신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팩션 미스터리 작가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늘귀에 갇힌 낙타’, ‘소설 김대중’, ‘해월’, ‘8월의 크리스마스’, ‘비사문천 살인사건’ 등이 있다.

/홍민희기자 hmh@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