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남노송동 치명자산 위치 본칭 승암산 가톨릭성지 알려져 전주시내 경치 한눈에 감상 예수 마리아 모습의 바위 등 사찰-성당 함께 있어 독특

전주 남노송동 군경묘지를 지나 한참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곳. 동고사다.

전주시내와 지척이지만 구불구불 길이 요란스럽다.

동고사는 남고사, 동고사 그리고 북고사였던 진북사와 함께 전주 4대 사찰 중 하나다.

현재는 치명자산이라 불리며 가톨릭 성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이름은 승암산이다.

한옥마을에서 올려다보면 산 중턱에 하얀 입상이 하나 보인다.

가톨릭 성지라 여겨 마리아상 등 가톨릭과 관계된 입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산을 올라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마리아상이 아니라 미륵불상이다.

동고사를 가는 길은 수월하지 않다.

절은 마치 세상과 담을 쌓으려는 듯 산 속 깊이 숨겨져 있다.

최근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지만 걸어갈 생각이라면 가쁜 숨을 내 쉴 각오를 다지는 게 좋다.

동고사에 이르면 한 켠에 자리잡은 왕죽숲이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는 절개, 기개 등 세월의 여파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상징한다.

찌든 일상사로부터 탈출하고 멀리하려는 동고사의 의지가 왕죽에서 느낄 수 있다.

이뿐이랴. 가쁜 숨이 채 안정되기도 전에 눈에 들어오는 게 전주시내 전경이다.

확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시내의 전체 모습을 보노라면 세상과 단절하고 고고한 삶을 추구하는 성직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전주 시내에서 교통에 막혀 답답했던 마음이 일순간에 트이는 느낌이다.

전주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동고사에서 내려다 본 시내 모습은 10년,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 발달이 외곽에서 이뤄지는 바람에 큰 변화가 없는 구도심의 모습은 오히려 삶의 여유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지척에 사찰과 성당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동고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유년 천주교박해 때 순교한 유항검의 가족 7명이 합장돼 있다.

또 세계 유일의 동정부부 묘 위엔 예수 마리아 모습을 한 기적의 바위도 만날 수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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