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첼리스트 병으로 28세 은퇴 1965년 런던심포니 협연 데뷔곡 짧은 연주인생처럼 슬프고 고결해

얼마 전 우연히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을 들은 적이 있다.

잊어버리고 있던 인물이 불현듯 떠오른다.

재클린 뒤 프레. 다발성경화증이란 희귀병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첼리스트다.

세계적 첼리스트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5세 때 병에 걸렸고 28세에 공식 은퇴한다.

오랜 투병 후 결국 42세에 세상을 떠나게 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재클린의 눈물’은 오펜바흐가 만들었지만 나중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재클린이 죽은 후 그를 애도하기 위해 ‘재클린의 눈물’이란 이름이 붙게 된다.

실제 오펜바흐와 재클린은 아무 관계도 없지만 마케팅에 의해 마치 오펜바흐가 재클린을 위해 만든 곡이란 인식이 생기게 됐다.

재클린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는 하나 둘이 아니다.

천재적 기량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 젊고 예쁜 아티스트에게 찾아온 불치병, 남 몰래 병마와 싸워야 했던 고통 등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남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남편은 피아니스트이면서 후에 세계적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바렌보임이다.

명문가 출신인 재클린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것도 없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지휘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이후 종교까지 개종하면서 남편 내조에 힘썼다.

하지만 재클린이 병에 걸리고 힘들어할 때 바렌보임은 그녀를 버린다.

세상의 모든 조롱을 받은 채 러시아 피아니스트와 재혼을 하게 되며 심지어 재클린의 임종이나 장례식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각종 질타를 받기도 했다.

후에 바렌보임은 지휘자로서 세계적 명성은 얻지만 병든 부인을 버렸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 소개할 음반은 재클린이 1965년 런던 심포니와 협연한 엘가의 ‘첼로협주곡’이다.

첼로협주곡은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첼리스트에겐 매우 제한적이다.

재플린은 이 곡으로 데뷔를 했고, 이 음반은 엘가 첼로 협주곡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재플린에게 엘가 첼로 협주곡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 곡은 E단조답게 슬픈 멜로디로 구성돼 있다.

엘가가 이 곡을 만들 때도 아내가 세상을 떠난 슬픈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첼로의 격렬하고 슬픈 노래를 듣노라면 곡을 연주한 재클린의 짧으면서도 강한 인생이 느껴지는 듯하다.

슬프면서고 고결한 협주곡. 그래서일까. 아직도 첼로협주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남아 있다.

영화 ‘어거스트 러시’ 마지막 장면에서도 아들을 찾는 첼리스트 어머니의 애잔한 마음이 표현되기도 한다.

가을 초입, 재클린이 연주한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들으며 인생의 희노애락 중 ‘애(哀)’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티스트 : EDWARD ELGAR

제작사 : WARNER CLASSICS

연주자 : JACQUELINE DU PRE  

지휘자 : SIR JOHN BARBIROLLI

오케스트라 : PHILHARMONIA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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