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청사 철거와 함께 복원 첫삽 복원 규모 4분의 1수준 고심깊어 감영중심 4대문 복원 지혜모아야 감영 영향미치는 주변 신축건물 조경등 꼼꼼히 살펴 재창조작업 '사대문~한옥마을' 역사코스로

전라감영 복원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지난 1일 전북구도청사가 헐리면서 감영복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이번 철거는 도청사 본관동과 의회동 외형건물 철거며, 감영복원을 통해 호남제일성 전주의 위상을 되찾을 전망이다.
철거는 본관과 의회동은 오는 11월까지, 경찰청동은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구도청사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도 철거에 앞서 진행됐다.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민투어가 진행됐고, 석면 철거 공사 중 발생한 일부 건축자재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근대건물로서 구도청사가 의미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감영복원이 본격 시작됨에 따라 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 발길도 덩달아 바빠질 전망이다.
전라감영 복원 내용, 콘텐츠, 실시설계 구상안 등을 확정해야 한다.
또 철거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 복원사업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 이명우(60) 위원장을 통해 감영복원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물어봤다.
/편집자주


   

▲ 전라감영복원사업이 인근 한옥마을 등을 포함해 주변지역을 어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 이명우 위원장./김현표기자

“1987년 전북대에 부임하면서 처음 전주에 왔다.

기존 추진위원회가 고건축과 역사분야 중심이었다면 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는 시민과 역사, 문화가 모두 아우르는 위원회다.

위원장 제의에 완곡히 거절했는데 지역사회에 일조하라는 의무감에 맡게 됐다.

많은 관심이 쏠린 만큼 어깨가 무겁다.”

전라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이하 재창조위)는 지난해 12월, 22명의 위원으로 창립됐다.

구도청사 건물이 지난 지방선거 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잠시 철거가 미뤄진 바 있었다.

잠시 멈췄던 감영복원이 우연곡절 끝에 기존 전라감영복원추진위의 기본방향에 세부사항을 보탠 채 진행키로 했다.

세부사항은 재창조위의 몫이다.

재창조위는 철거와 문화행사, 복원재창조 관련 고건축 설계, 문화프로그램 운영방안 등을 골자로 진행했다.

철거는 역사적 재해석을 통해 진지하게 진행하고자 많은 고민을 담았다.

구도청사 건립과정과 5.18 등 구도청사를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사건에 대한 설명과정, 고유제를 통한 아쉬움 달래기 등이 표현됐다.

곧 진행될 문화행사는 구도청사 철거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키 위한 행사다.

사진이나 공연, 전시 등이 공모를 통해 선정되며 현재 장소 섭외 중이다.

이명우 위원장의 주된 관심사는 복원에 관한 재창조 문제다.

고건축 복원은 사전 발굴작업이 중요한데 관련 예산이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전북도가 내년도로 이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설계를 미루느냐 아니면 설계를 진행하되 발굴기간을 확장하느냐 논의 중이다.

복원은 옛 모습의 재현 중 하나다.

원상태 그대로 복원은 어렵지만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변형으로 보면 된다.”

때문에 재창조위는 현 규모가 감영의 4분의 1수준임을 감안해 나머지 4분의3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있다.

감영부지를 확장할 필요성은 있는데 이를 위해선 예산과 기본계획이 선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확장에 대한 재창조위 일부 내부 반대논의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감영을 중심으로 4대문 확장을 함께 하자는 의견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감영만 바라본 채 진행을 하면 자칫 협소한 형태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4대문 복원논의를 성숙시켜 향후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풍남문 테마거리나 팔달로 대중교통이용, 감영 인접의 30층 신축 건물 등 다양한 사업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향후 감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감영만 바라본 채 일을 진행하면 자칫 나무만 보고 산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주변지역을 함께 바라봐야 할 이유다.”

감영 조경에 대한 문제도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조경학 측면에서 건축은 역사경관과 생태경관으로 나뉜다.

생태경관 측면의 대표적인 사례는 청계천 복원이나 노송천 복원 등이다.

자연이 도시가 하나가 돼 도심 속 하천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건물 내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원도 하나의 장식이 아니라 작은 자연을 통한 치유공간 조성이다.

감영복원은 역사경관과 관계가 깊다.

역사경관은 풍수지리 측면이 강하다.

건물을 앉힐 때 이른바 ‘명당’자리를 고르게 된다.

좌청룡과 우백호 개념이 도입되며 건물의 동서남북 주변에 어떤 것들을 배치할 것인가가 주된 고민거리다.

조선시대 정도전이 경북궁을 조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작은 규모의 도산서원만 보더라도 주변 자연경관을 고려해 지어졌다.

하지만 전라감영 조감도를 보면 이런 고민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풍수지리 개념보단 실생활에 필요한 동선 위주로 돼 있다는 것이다.

“건축분야 사람들이 조감도를 만들다 보니 건축부분만 강조된 느낌이다.

건물 외에도 인근 자연환경 조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설계 후 아무데나 나무를 심고 심지어 나무 종류도 어울리지 않는다.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주변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등 자연경관이 백그라운드가 돼야 한다.”

인공건축물과 자연환경이 잘 조화된 모범사례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재창조’란 단어에 큰 의미도 부여했다.

전라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 명칭에는 ‘복원’ 외에도 ‘재창조’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재창조란 한 마디로 인근 한옥마을 등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활용이다.

원주감영이 역사학습의 장이 됐다면 전라감영은 사대문과 한옥마을을 아우르는 역사 탐방 코스란 것이다.

조선시대 양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역사코스가 감영을 중심으로 조성될 것이란 기대다.

“원래 상태와 약간 동떨어질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재해석하고 새롭게 활용하자는 차원이다.

사대문 복원을 비롯해 한옥마을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런 의미에서 재창조는 재현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복원되는 감영건물은 외부는 조선시대 양식이지만 내부는 현대인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원주감영이 건물을 옛 시설 그대로 복원한 것이 그친 반면 전라감영은 내부에 온난방 시설을 설치해 겨울에도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소한 것에서부터 재창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복원 후 활용이 되지 않았던 교훈도 한 몫 했다.

때문에 복원은 양식복원 형태를 띠게 된다.

양식복원은 형태만 예전 그대로 만드는 형식이다.

원래 사용했던 나무 재료나 도면이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옛 것과 유사한 재료를 사용한 복원이다.

일부에선 복원이 아닌 재현이란 지적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완벽한 완전복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복원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배울 게 많다.

최근 선진지 시찰로 일본을 다녀 왔다.

복원에 대한 마음가짐과 제도, 모든 것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가나자와시의 경우 도시 공원 안에 성을 그대로 복원, 역사공간을 조성했다.

복원 규모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며, 완벽한 자료를 통해 원형을 그대로 복원했다.

특히 옛 건물에 대한 가나자와 시민들의 높은 자부심에 깜짝 놀랐다.

시키지 않아도 시민들 스스로 쓰레기를 줍고 자율지침을 만들어 문화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역참의 관아를 복원한 다카야마시의 경우 복원 후 연 관광객이 100만이 찾아올 정도가 됐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고향을 살리자는 사명의식의 결과란 것이다.

“전라감영 복원에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매우 필요한 것을 알게 됐다.

관광객들에게 감영문제를 맡겨선 안된다.

시민이 사랑해야 성공함을 일본에서 배웠다.

옛 문화재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자부심에 놀랐고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첫 발은 뗐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재창조위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지만 예산확보도 고려해야 한다.

전체 사업예산은 복원에 관련된 비용이 약80억 그리고 문화시설 건립비가 약400억 규모다.

복원비용은 둘째 치고 문화시설 건립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개의치 않는다.

명분만 있다면 예산지원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가치와 명분을 만드는 것이 당면한 문제다.

제대로만 만든다면 예산지원은 어렵지 않다.

지난 위원회 결과를 보니 전통과 현대를 물 가르듯 갈라 놓은 느낌이다.

전통과 현대적 개념을 적절하게 섞고 ‘재창조’의 의미를 성공하면 저절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성공적 사례가 될 것이다.”

올해 가을 진행할 문화행사도 챙겨야 한다.

시민이 공감하는 행사가 되는 것을 당연지사고 재창조 개념을 찾을 수 있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보여줘야 한다.

또 설계사무소에서 완성된 공모전 설계도도 당시 건축양식 사례를 하나씩 하나씩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설계도가 완성된 뼈대라면 여기에 살을 입히는 중이다.

“처음 위원회 제의가 들어왔을 때 걱정이 앞선 것은 사실이다.

감영복원도 일종의 전주시 도시재생측면 중 하나다.

경제와 문화 모든 것이 다 포함돼 ‘고생길에 접었다’는 생각을 했다.

감영부지를 4대문으로 확장시키고 종합적 지침을 낼 수 있는 위원회가 돼야 한다.

또 감영을 중심으로 인근을 어떤 시스템과 접목시킬 것이지도 고민해야 한다.

4대문 안 공간의 히스토릭 네트워크를 통해 도심활성화 방안까지 보여줄 예정이다.

전라감영 복원은 단순한 고건축 복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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