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살면서 큰 자랑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금강산이나 경주의 불국사보다 더 유명해진 한옥마을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사람살기 불편해서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던 곳인데 이제는 전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

전주 토박이들은 왜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의아해 한다.

어려서부터 봤던 돌담 골목길, 한옥 지붕 등 특별한 것이 없는데 뭣 볼 것 있다고 이리 모이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덕진연못, 동물원, 박물관 등이 한옥마을보다 더 많은 볼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기대를 저버리고 한옥마을로 몰리고 있다.

그것은 변해버린 도심, 고층아파트, 높은 건물들에 치어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사람들이, 열려있는 대문과, 기웃거릴 수 있는 낮은 담장이 있는 한옥 마을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이웃과 정을 나누고 싶어하고, 참견하고 싶어하며, 담장 너머로 들려올 것 같은 웃음소리, 다듬이질 소리, 글 읽는 소리 등 추억이 그리워 한옥마을을 찾는 것 같다.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먹을거리마저 풍성해 졌다.

전주의 대표 음식인 한정식이나 뚝배기에 자글거리는 한벽루의 오모가리는 뒤로 해두고, 누구나 쉽고 편히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나 콩나물 국밥이 한옥마을에서는 별미가 되어 선호하는 음식이 되었다.

멀리 집 떠나온 사람은 거나하게 한 상 차려 배 불리 먹는 것도 좋지만 아무데서나 만나거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호 한다.

그러기에는 비빔밤이나 콩나물 국밥은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한 끼 식사하기에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빔밥은 전주에서 나는 다양하고 맛있는 미나리 고사리 등 야채를 제 입맛에 맞게 섞어 먹는 자기 선택의 맛이 있다.

요즘은 식당에서 좋은 양념과 재료를 적당하게 섞어주어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비빔밥은 깨진 바가지나 찌그러진 양재기에 찬밥과 먹다 남은 김치와 고추장을 넣어 섞어 비비는 것이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적당히 익은 생체에 고추장 퍼 담고 찬밥을 바가지에 비벼먹던 비빔밥이 그립다.

콩나물 국밥 역시 그렇다 남부시장에 나물이나 나무 팔러 나오던 우리 부모님들이 덥힌 맹물에 콩나물 몇 가닥 띄워 찬 주먹밥 적셔 먹던 간단한 요기거리 국밥이, 어느 순간 뚝배기에 파 마늘 다져 넣어 얼큰하게 주당들의 해장국으로 변신하더니 이제는 몸에 좋다는 온갖 재료 다 넣은 육수에 콩나물도 듬뿍 무제한 제공해 주는 한 끼 든든한 식사로 자리 잡고 있다.

김은 언제부터 콩나물 국밥의 파트너가 되었는지 항상 옆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한옥 마을도 변해가고 있다.

한옥마을이 온 국민의 앞마당이 되어 경기전이나 아니면 태조로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큰 그릇에 비빔밥 비벼먹고, 콩나물 국밥 나누어 먹는 나눔과 화합의 마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