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호 시인 시선집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64편의 시 4부 구성 특유의 서정적 시조 눈길

전북을 무대로 올곧은 문학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소재호 시인의 시선집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인간과 문학사)가 출간됐다.

이번 시선집은 시인이 이 세상 한복판을 가장 정상적으로, 또 가장 선량하게 살아왔음을 반증한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과 기쁨도 맛보았겠지만 고통과 아픔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 그의 글은 처절함 보다는 침착함이 엿보인다.

시인의 이번 시들은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느낌 그리고 여러 일들을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감동은 그가 온 몸으로 맞선 삶의 치열성과 진정성에서 기인한다.

적당히, 그리고 대충대충 살지 않은 삶이 그대로 시로 옮겨왔다는 느낌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안겨주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어느 한 대목도 평이한 표현이나 나열적 서술로 시종하지 않는 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한 편 한 편이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의 강약과 농담(濃淡)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완성도를 한층 빛내고 있다.

총 4부로 나누어 다뤄진 64편의 시는 시인 특유의 서정시 기조를 지키고 있다.

글썽이는 시선으로 세상을 투시하고 거기에 자신을 던지는 낭만적 모험을 즐기는 시인은 또 다른 면에서 보면 뭇 타자들에 대해 한없이 따뜻한 언어를 주고, 자신을 향해서는 견결한 성찰의 언어를 주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복합성이 그의 시편들로 하여금 우리 시대를 끌어가는 구심력으로 나아가게 하는 듯 하다.

서정시는 시간에 대한 경험적 재구성이라는 양식적 특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서정시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의 양상을 다루고, 우리는 서정시가 수행하는 기억의 원리를 따라 삶의 근원에 대한 경험을 새삼 치르게 된다.

시인은 그런 점에서 고백과 관조를 주조로 하는 언어를 통해 기억의 원리를 수행해나가는데 성실히 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문인이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언어는 따뜻한 삶의 이치를 밀도 있게 경험케 하면서도 그 안에는 철저하게 개체적 경험이 담겨 있으면서도 한 시대의 공동체적 기억으로 승화되는 원리가 포개져 있는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서평을 통해 “그의 시는 언어의 이중 과제를 충실하게 다져온 궤적으로 가득하다.

자아와 타자, 의미와 소리를 충실하게 결속하면서 궁극적 자기 긍정과 타자를 향한 확장의 서정을 노래한 것이다”며 “이번 시집이 우리로 하여금 서정시의 온전한 미학적 몫을 누리게끔 하는데 크게 기여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구상 시인에 의해 ‘현대시학’에 추천돼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이명의 갈대’, ‘용머리 고개 대장간에는’, ‘어둠을 감아내리는 우레’, ‘거미의 악보’,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등이 있다.

현재 부안에 위치한 석정문학관장을 맡고 있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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