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기상소리와 함께 기지개··· 돌다리 걸으며 우정쌓고 붉은빛 갈대에 가을이 익어가

▲ 가을 초입의 전주천은 새벽녘부터 해질녘, 그리고 야경의 색다른 모습으로 시민을 반겼다.

뜨거웠던 여름을 뒤로하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 속에서 가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시원해진 바람 따라 발길이 자연스레 닿는 곳, 천변. 전주시를 감싸며 길게 이어져 흐르는 시냇물과 함께 천변의 일상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팔복동에서 바라본 전주천>

#1. 새벽녘 아침,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 여명(黎明), 동이 트는 새벽.풀잎 덮고 자던 풀벌레들의 기상 소리와 함께 전주천은 이른 기지개를 켭니다.



<새벽에 찾은 전주천, 아직은 해가 뜨는 중이어서 어둑어둑합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

’라는 말을 거미도 알고 있던가요? 이른 새벽부터 깨끗이 거미줄을 청소해놓고 굶주린 배를 달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꽃단장을 끝낸 나팔꽃들과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둘기 식구들. 저마다 자신의 방법대로 오늘의 ‘새 날’을 준비합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이미 꽃단장을 끝낸 나팔꽃과 하루를 힘차게 날기 위해 새벽 운동을 마친 비둘기.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천변 의자>

혹시 어제 천변에 다녀오셨는지요? ‘사람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텅 빈 의자가 유난히 외로워 보이는 새벽입니다.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자리. 언제 한번 찾아 앉아, 보고 싶은 이와 안부 전화하며 서로의 그리움을 채워주는 건 어떨까요?  

 

<조금씩 날이 밝아와 구름 사이로 햇빛이 살짝살짝 보입니다>

푸르스름했던 하늘에 태양이 천천히 구름을 붉게 물들며 존재를 드러냅니다.

점점 밝아오는 아침, 오전에는 조금 쌀쌀한 가을바람이 살랑 불어옵니다.
 

<오랜 시간 전주시민들의 산책로를 책임져 온 전주천>

여러 모양의 돌들과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포말(泡沫)이 잔잔히 흘러가는 얕은 시냇물에 생동감을 가져다줍니다.

더불어 오랜 세월 함께 했던 모난 돌들도 둥글둥글. 천변을 따라 쭉 이어져 있는 수풀. 1998년 자연하천 조성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오염으로 생물이 거의 살 수 없었지만,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공사를 해 생태계 복원 사업으로 1급수에 가까운 수질로 변하였습니다.

전주천은 전주의 북쪽 끝인 전미동에서 남쪽 끝인 중인동까지 연결돼있는데요. 하가지구와 서신동 이편한세상 아파트 앞에서 전주천과 삼천천으로 나뉩니다.

이 두 물줄기가 만나 만경강 줄기로 됩니다.

천변을 쭉~! 따라 걷다 보니 풀밭에 뒹굴다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며 다가 온 멍멍이. 강아지 꼬리처럼 하늘거리는 강아지풀에서 가을 정취가 느껴집니다.

산책로 옆에는 강아지풀이 살랑살랑 흔들거리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전주천과 삼천천은 아름다운 갈대밭으로 변합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 전주천은 아직 강아지풀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산책 나온 아버지는 아들에게 길 따라 자라난 ‘강아지풀’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계십니다.

관심 가지고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수풀 아래에 피어난 작은 꽃들.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꽃을 찍고 있는 어르신. 집에 있을 아내에게 보여주려는 것일까요? 어르신의 미소가 꽃처럼 활짝 피었습니다.

 

<한발 한발 돌다리를 건너야 하는 전주천>

자박자박 발맞춰 건너야 하는 돌담길은 우정의 길이요, 사랑의 길일 테지요. 친구와 나란히 걸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는 걸까요. 두 친구의 뒷모습은 돌담길에서 서로 손잡아주며 건넜던 옛 친구를 생각나게 합니다.

어렸을 적 더위를 피해 다리 밑으로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리 밑은 모든 이에게 시원함을 제공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이뿐만 인가요, 다리 밑은 할아버지들의 아지트이자 문화공간이지요. 어느 지역을 가든지, 낮이 되었든 밤이 되었든 어르신들의 아지트는 ‘다리 밑’이 최고입니다.

 

#2. 하루 중 햇볕으로 그윽해지는 시간, 늦은 오후 가을바람 불어도 태양은 태양답게 내리쬐는 오후이지만 어깨너머 가을볕 한 자락 느껴지는 날입니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농구를 하는 사람들>

농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두 친구와 속닥속닥 우정을 쌓아가는 두 자전거. 이들의 하늘엔 가을소풍 나온 작은 구름이 총. 총. 총 걸음을 옮깁니다.

하늘보다 더 푸른 물색, 9월 하늘의 청명함이 묻어나는 전주천. 그리고 고요하게, 담담히 담아내는 전주천의 표정.여인이 긴 머리를 내려뜨린 듯 능수버들의 자태는 전주천의 모습을 더욱 기풍 있게 합니다.
 

<쭉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한옥마을 근처 남천교까지 왔습니다.

남천교 위 정자 청연루는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낮잠을 자거나, 땀을 식히는 공간으로 전주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정자입니다.>

알곡이 익어가며 추수할 때는 아직 일렀지만, 전주천의 풍경은 제법 가을빛이 감돕니다.

지금은 붉은색보다 푸른색이 많지만, 붉은색으로 곧 변해가고 갈대로 가득 찰 전주천이 기다려집니다.

땅거미 내려앉아 갑니다.

천변의 일상도 뜨고 지는 태양과 함께 저물어 갑니다.

문득 새벽에 만난 거미는 아침을 거르지 않았는지, 외로워 보였던 의자엔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사랑 이야기를 속닥였는지 궁금해집니다.

 

#3. 더위를 식혀주고 시원한 바람을 선물하는 저녁 어떤 모습이든지, 자신 위에 있다면 모두 담아내는 시냇물.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불빛을 금세 시냇물도 함께 따라 밝혀줍니다.

천변의 야경을 무대로 삼아 야간공연 나온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로 가득 메워진 전주천의 밤입니다.

가을 뜨락에 찾아간 전주천. 새벽녘부터 해 질 녘까지, 그리고 야경의 모습 따라 걸었던 천변 산책.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돌담길을 건너보세요. 정다운 친구와 자전거를 타며 달려보세요. 전주천의 천변은 이미 가을과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Tip. 천변길 코스 추천 기사 사진 속 천변은 다음과 같은 코스로 나뉘어 다녀왔습니다.

새벽/아침/밤 : 추천대교~백제교~서신교~도토리골교 오후 및 저녁노을 : 남천교~한벽교~승암교 (한옥마을 부근) 남부시장에서 한옥마을 방향으로 흘러가는 천변을 따라 걸어 가다보면, 산책로(승암교까지)가 잘 되어 있습니다.

잠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한번 걸어보세요~!

 

 

/자료제공=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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