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의본주의는 편벽된 기질을 교육과 수행을 통해 바로 잡아나가는 데에 근본이 있습니다.

곧 인간의 선한 본성을 완전히 회복해야 천리에 부합하는 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논어》에서 말하는 ‘나(사욕)을 이겨 예(절대본성)를 회복한다’는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의본주의의 필수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한 본성을 회복한 성인(聖人), 인자(仁者)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인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도록 합시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 중에 병사들과 궁지에 몰린 상황을 가정해 보지요. 이 전투에는 승산이 없어 모두가 전멸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이 교전하는 중에 이순신 장군이 몸을 피한다면 그는 목숨을 보전할 수 있고 또 일부 병사들의 희생을 통해 훗날 나라를 구하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지금 전사한다면 나라는 곧 존망에 위기에 처해질 것입니다.

이때 장군은 어떤 판단을 내릴 것 같은가요?당연히 자신의 목숨이 아깝다 하지 않고 병사들과 함께 맞서 싸우자는 편일 것입니다.

실제로 ‘必死卽生 必生卽死’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그였으며, ‘전투가 급하니,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던 그가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이순신 장군이 철저한 공리주의자였다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의심의 여지없이 병사들을 두고 자리를 떠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의로운 행동으로 여겨 자신의 행동은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정당화 하겠지요. 앞서 가정한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과 같은 분이라면 자신의 몸을 보존했을 때 더 큰 희생을 방지할 수 있고 나아가 나라를 구하는데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목숨이 아깝다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병사들을 생각하는 어진 마음에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그런데 병사들이 또한 인자(仁者)여서 희생을 감수하고 장군께 몸을 피하라고 간절히 요청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대의(大義)를 위해 목숨을 보존하였을 것입니다.

나라를 구하는 일이 ‘다수의 행복’임을 그는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의 마음은 절대로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를 구한 뒤에 장군으로서 장졸들을 지켜내지 못한 통한의 죄 값을 치르려 할 것입니다.

이런 이순신의 마음이 천리를 깨달은 인자의 마음과 유사하며, 그의 행동이 의에 맞는 행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소유의 경제학    공리주의에서는 공리를, 의본주의에서는 천리에 합당한지를 우선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활동에 있어서 공리주의와 의본주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공리주의에 근거한 경제활동은 모든 가치를 단일 통화로 환산한 후 손익을 계산하여 보다 이익인(행복을 증진하는) 쪽으로 모든 활동의 방향을 설정하게 됩니다.

공리주의를 비용·편익분석에 이용하는 이 방법은 실로 정부와 기업에서 널리 쓰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경우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때로는 생명의 가치와 같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도덕적 가치들을 단일 통화로 환산한다는데 있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실제로 담배 회사인 필립 모리스는 체코 정부가 흡연에 따른 의료비용증가를 우려해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늘리려고 하자,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정부는 흡연자들에 의해 이익을 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흡연자들이 생존 중에는 정부의 의료비 예산을 높이지만, 결국에는 일찍 죽기 때문에 노년층을 위한 의료·연금·주거 부문에서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를 낳는 다는 것이죠. 물론 이 결과가 발표된 후 담배회사와 대중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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