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논의한 의본주의도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며, 사실 제 이야기이기 이전에 전설의 삼황오제(三皇五帝)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장되지 않고 면면히 내려오고 있는 동양 선철들이 제시한 답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풍조는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면서부터 동양적 사고보다는 서양 과학적 사고를 하는데 익숙합니다.

진리의 탐구에 있어서도 동양 철학에서부터 답을 찾기보다는 서양철학에서 먼저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요.그러나 잠시 눈을 돌려 우리 선조들이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어떠한 고민을 했으며, 그 고민의 결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나긴 역사동안 여러 사상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와중에 끝까지 사장되지 않은 철학이 무엇인지, 지금까지라도 왜 그러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이 시대가 바뀐 지금 상황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치철학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의본주의는 공맹(孔孟)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공맹의 철학은 오천년 역사동안 그 생명력을 유지해왔으며,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지각과 감성을 일깨울 대안으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문화혁명 이후 유학 말살 정책을 첫 번째로 삼았던 중국도 최근 공자의 사상을 부활시키고 21세기 중국을 통합시킬 대안으로 칭송하고 있지요. 국가적으로 공자 유적지를 보존·복원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영화 제작과 배포까지도 국가의 적극적 주도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스로 죽였던 공자를 다시 부활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자가 회귀하고자 했던 요순(堯舜)의 시대는 사농공상의 계급·남녀·반상의 차별과 같은 불합리가 없었던 대동(大同)사회였습니다.

오로지 선한 본성을 회복하여 의에 맞게 실행하는 것,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사사로운 욕심을 절제하고 천리에 부합하고 법도에 맞는, 의(義)를 근본으로 인애(仁愛)의 우주심을 실천하는 것이 공자가 꾀하던 절대 평등의 사회였지요.그의 꿈은 시대적 상황 때문에 아쉽게도 실현되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수의 시대에서는 통합과 화합이 시대적 요구이기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될 것이며 또 이루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절대 상생의 의본주의, 이제는 좀 이해가 가시나요?   통일과 화합의 시대를 향하여   앞으로는 어떤 사상이 세상을 이끌어가게 될까요? 아마도 모든 것이 통합된 사상이 주류를 이룰 것입니다.

대화합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분석적이며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상이 지배하던 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수많은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된 사상이 이끌어가는 수의 시대가 시작되니 말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불의 여운이 남아 있는 만큼, 화의 속성을 가진 것이 힘을 씁니다.

양성인 남자가 주도하는 패권정치가 유지되고, 모이고 뭉치기보다는 찢어지고 갈라지지요. 또한 불의 속성처럼 모든 일이나 방책의 속성이 분석적이고 미시적이지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패권정치가 이루어지며, 정책이나 방법론들의 각각의 분야로 나누어져 그 방면의 전문가에 의해 처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수의 시대에는 이와 반대가 됩니다.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며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힘을 쓰게 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결국 하나로 합쳐져 힘을 쓰게 되는 물의 속성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죠.수의 시대에는 정치·문화·철학·의학·과학 등의 모든 것이 통합될 것입니다.

정치만 하더라도 사회·경제·문화 등 각 방면을 아우르는 통합된 사고를 가진 리더, 바로 의본주의(義本主義)를 근간으로 한 정치가가 드러나고 힘을 쓰게 됩니다.

의본주의는 공자와 맹자가 설파한 왕도정치(王道政治),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哲人政治)와 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 정치란 깨달은 자가 깨닫지 못한 자를 깨우치는 것이라는 뜻이죠. 이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폐단인 중우정치(衆愚政治)의 폐단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의 시대에는 화의 시대와는 달리 거시적이고 통합적이며 유기적인 정치가 실현됩니다.

      -다음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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