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년 창건-1881년 중건 빛바랜 화려한 탱화에 눈길 정몽주 우국시 바위에 새겨 무너져 가는 나라 아픔 담아

▲ 668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남고사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화재나 중건 등을 통해 현재는 대웅전, 관음전, 삼성각, 사천왕문이 남겨져있다.

남고사로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다.

다리에 힘을 쥐고 땀 좀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쉽지는 않다.

45도 가량의 비탈길은 자동차의 접근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가쁜 숨을 내쉬며 남고사에 다다르면 먼저 남고산성과 새로 만든 정자가 눈에 띈다.

정자에 앉아 땀을 훔치면 작은 누각과 안에 자리 잡은 비석이 보인다.

비석엔 남고산성을 만든 이유가 새겨져 있는데 창암 이삼만 선생의 글씨다.

668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남고사는 1680년 관음전이 들어섰고, 1881년 중건됐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화재나 중건 등을 통해 현재는 대웅전, 관음전, 삼성각, 사천왕문이 남아 있다.

특이한 점은 사천왕문인데, 다른 절처럼 사천왕상 대신 탱화가 자리잡고 있다.

대웅전 문에 새겨진 꽃문양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기나긴 세월을 거치면서 초기 색채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오랜 시간으로 인해 만들어진 빛바랜 화려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고사를 나오면 바로 옆 오르막길이 있다.

만경대로 오르는 길이다.

옆 기둥에 매여진 줄을 잡고 걷다보면 만경대 정상이 나온다.

가쁜 숨을 다 쉬고 고개를 올리면 전주시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깝게는 한옥마을 향교가 눈에 들어오고 멀리 황방산까지, 조금만 높았다면 서해 바다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근 천경대, 억경대와 함께 전주시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만경대 옆엔 역사적 의미가 담긴 바위가 있다.

고려말 포은 정몽주가 무너져가는 나라의 애잔한 심정을 시로 새겼다.

정몽주 우국시다.

당시 남원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한옥마을 오목대에서 잔치를 벌인 이성계가 그 자리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대풍가를 부르자 포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이곳에 올랐다.

그리고 커다란 바위에 나라를 걱정하는 시를 새겼는데, 지금은 세월의 흔적으로 글씨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바위 옆 표지판을 통해서야 시의 내용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내려가는 길, 다시 만경대로 되돌아오니 1,200년전 나라를 걱정하던 포은도 이곳에서 전주시가지를 내려다봤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고려를 걱정하는 근심어린 시선을 가졌을 터, 만경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새롭게 느껴진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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