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태 前 기업은행 부행장

민족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추석연휴에는 집안의 형제·자매들이 차례를 지내러 오고, 성묘를 하고는 가까이 계시는 집안의 어른과 일가·친척에게 들러 안부 인사하러 오가고 한다.

한가위인 음력 팔월 대보름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명한 나날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속담이 있듯이 한 해 명절 중 가장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기분 좋은날로 예로부터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다.

한가위 명절만이 누릴 수 있는 황금의 긴 연휴를 일가친척과 산 조상과 만남은 물론, 산소에 성묘하면서 돌아가신 조상들과도 유일하게 유언·무언의 대화와 소통의 끈이자 통로의 귀중한 시간이다.

긴 일 년에 한번 아니면, 설날과 함께 두 번은 친척과 연세 지긋한 집안의 어른을 봬면 꼭 한 두 가지씩 옛날에 몰랐던 집안의 내력과 선조들의 덕담과 일화들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듣게 된다.

궁핍했던 지난 60~70년대 보리 고개를 넘긴 이야기에서부터 새마을운동까지 어렵고 힘든 과거사는 물론, 가족들 이야기에서 친구들 군대 이야기로 넘어가면 점심 한나절은 금방 지나가 집에 오기가 항상 바빴다.

어르신의 많은 말씀 중에도 우리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고귀한 말씀도 더러 있다.

물론, 자라나는 세대도 몰랐던 과거를 새롭게 재생 전수로 깨닫게 되어 나라 역사와 조상 삶의 뿌리를 찾아 모진 세상 풍파를 해쳐가는 지혜를 주고 등불이 된다.

요즘은 생계는 보장되어 온갖 지병이 있어도 '약을 밥 먹듯 병원을 시장 가듯' 하더라도 오래 버틸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그래도 어르신네가 버팀목이 되고 우산이 되기도 한다.

매번 추석명절도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오고 가고 보며 음식을 만들며, 누구는 어느 학교에 진학하고, 누구는 취직해 좋아하는 등 형제·자매는 물론 동서 간 우애도 돈독하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이 끝날 쯤 되면 명절증후군으로 피곤하지만 볼 사람보고 만날 사람 만나서 반갑고 다음 명절까지도 화목하고 건강한 모습을 기약하니 온몸이 오히려 가볍고 개운 하다.

한가위 명절이 있기에 친척들과 담소로 망중한도 보내니 고맙다. 해마다 설레며 일가친척들을 두루 뵈올때 마다 지난해 보다 매사가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소박하고 작은 바람을 바라면서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과 파워를 얻는 소중한 만남의 귀한 시간들이기에 정겨운 한가위 손꼽아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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