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전주를 출발하여 옥정호변의 아름다운 소나무 밑에서 잠시 쉬면서 옥정호의 주변환경을 음미해 보았는데, 옥정호는 요즘 비가 내리지 않아서 바닥을 드러낸 부분이 많아 안타까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한 자연여건이 갖추어진 장소인 것 같다.

차를 한잔 마시며 소나무 가지에서 지저귀는 참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는 옥정호 다리 위를 달리는 차의 소음이 방해하여, 운장산 속의 고요함 속에 울려 퍼지는 새의 노래소리를 듣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따라 주지를 않는다.

그러나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생동감을 자아내는 호수가의 수면은 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 자신이 물 속에 드리워진, 산 속으로 빠져 들어가 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옥정호를 출발하여 담양을 향해 27번 국도를 달려 순창군 경계를 넘어서니 제일 먼저 나를 반겨 주는 것은 고추장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리는 광고판이었다.

순창 읍내를 통과한 후 24번 국도로 들어서 달리다 보니 강천사로 들어가는 길목이 나왔는데, 우회전해서 들어가면 강천사를 갈 수 있고, 곧장 직진하면 담양으로 가게 되어있었다.

직진하여 담양쪽으로 달리다 보니 담양군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고, 길 양쪽에는 메타세콰이어(낙우송)라는 가로수가 2km 이상 이어진다.

외국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길 양쪽에는 원추모형의 낙우송이 줄지어 서 있어, 원추모형의 낙우송으로 뒤덮인 27번 국도는 가운데만 하늘이 파랗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마치 내가 메타세콰이어를 사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마음이 뿌듯해지며 나를 정중히 반겨주는 낙우송들이 정말 정겹게 느껴졌다.

금마연수원에 강의를 갈 때에도 금마읍을 지나 군부대를 지나기 전에 느끼는 감정이지만 금마보다, 담양이 가로수길이 더 길고 아름다워 자연이 주는 선물에 깊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담양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아침에 담양읍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추월산 쪽으로 450m를 가다보면 죽물시장이 나온다.

영산강변에 있는 죽물시장에는 길다랗게 잘 다듬어진 대나무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어, 담양의 특색을 한눈에 느낄 수 있으며 담양읍을 끼고 흐르는 영산강 둑에 늘어서 있는 고목들이 제방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것 같다.

담양읍에서 볼 때 3시 방향에 있는 전망대를 바라다 보니, 오르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꼈지만 다음에 오르기로 마음먹고 1km쯤 더 달려가다 보니 영산강변에서 12시 방향에 자리잡은 전남도립대학인 담양대학이 나왔다.

담양군을 지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동네마다 집집마다 대나무들이 거의 다 있어 대나무 특산지다운 절개와 푸르름을 느낄 수 있었다.

대나무가 풍성한 지역이기 때문에 죽세공품이 발달하여 이지역의 유명세를 올리게 되엇을 것이다.

秋月山(731m)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추월산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에는 완만한 봉우리들이 마치 장군을 향해 읍소하고 있는 병졸과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완만하게 늘어서 있는 봉우리마다 티없이 푸르고 깨끗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소나무 숲이 간간이 섞여 있어, 대나무 군락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소나무 숲은 안면송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추월산 모퉁이를 굽이굽이 돌아 추월산 터널을 지나 꼬불 꼬불 산길을 돌아 내려오니 담양호가 눈에 들어온다.

등산 복장으로 갖춰 입고 다른 등산객들과 함께 보리암과 추월산 정상을 향해 주차장을 출발했다.

추월산은 주봉이 731m로 전북에 있는 모악산(793m)과 정상 높이가 비슷한 것 같다.

樹林과 기암절벽이 조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山頂에서 내려다보는 담양호와 그 주변의 경치는 장관이다.

산정에서 500m 쯤 아래에 자리잡은 보리암은 바위 절벽 위에 지어진 암자이다.

보리암을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돌무더기들이 많이 보인다.

즉 조그마한 돌로 이루어진 돌탑과도 같은데, 조그마한 돌을 정성스럽게 올려놓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에 기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주위의 돌들을 주워서 모아 놓은 것이 오랜동안 쌓여서 커다란 돌탑이 된 것 같다.

추월산의 주종을 이루는 수종은 참나무와 고로쇠나무이며 기타 활엽수가 어우러져 산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가을 단풍도 아름다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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