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고덕산 자락에 위치 하늘색 문이 인상적인 대웅전 산아래 자리잡은 정성담긴 암봉 동굴 안 불상 간절한 기도 담아

▲ 덕봉사 암봉
▲ 덕봉사 대웅전

임실군 관촌면과 성수면 경계에 있는 고덕산은 약초가 많아 사람들에게 덕을 주었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거울과 같고, 계곡을 뒤덮은 숲은 가을이면 불타는 듯 해 금강산을 옮겨놓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해발 625m로 높지 않은 산처럼 보인다.

인근 평지에서 봤을 경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착각임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정상까지 1,280m라고 적혀진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길은 급한 오르막으로 변한다.

통나무계단 고지를 넘으면 철제계단이다.

계단만 올라도 숨이 차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10분이 채 지났을까. 동서로 뻗어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8개 암봉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마당바위, 전망바위, 통천문, 촛대바위 등도 잊은 지 오래다.

발걸음을 되돌린다.

오늘 목표는 고덕산 안에 있는 사찰 덕봉사다.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다.

덕봉사까진 차량접근이 가능하다.

게으른 자신을 탓할 새도 없이 덕봉사로 향한다.

덕봉사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다.

자동차의 거친 엔진소리가 10분전 내뿜었던 거친 숨소리와 같이 들린다.

얼마나 올랐을까. 작은 주차장이 나오고 덕봉사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고덕산 품안에 아담한 풍채를 자랑하는 덕봉사는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잎사귀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 산천이 울릴 듯하고, 이른 낙엽 밟는 소리가 돌무더기 암봉을 허물 듯하다.

덕봉사를 알리는 표지판을 넘어서면 대웅전이 눈에 들어온다.

산비탈 한 켠을 자리잡은 대웅전은 푸르디 못해 하늘색 문이 이채롭다.

문이 잠겨 있어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웅전 뒤에 들어서면 산 아래 만들어놓은 암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당한 공이 들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암봉 뒤엔 산 암석을 깎아 만든 동굴이 눈에 띈다.

그리 깊지 않지만 5~6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설 수 있다.

약 4m 깊이 동굴 끝엔 불상이 있고 바로 옆엔 샘물이 고여 있다.

중생의 평화를 기원하는 스님, 대입 진학을 앞둔 학부모 등이 이곳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드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설에는 신라 스님이 제자 12명을 이끌고 덕봉사를 창건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오솔길 굽이 굽은 길을 하산하면서 둘레에는 밤송이며 길가의 구절초, 으름나무 열매 심지어 오디도 볼 수 있다.

하나 둘 씩 챙기며 덕봉사 의미가 덕이 봉우리를 만들 정도로 높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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