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유일 장애인 양궁대표 이장희 선수 작년 전국체전 출전 전북최초 메달 획득 국가대표 선발전 예비 선수 8명에 올라 태극마크 가슴에 다는 날까지 힘찬 도전

▲ 전북 유일 장애인 양궁대표 이장희 선수(오른쪽)와 최두석(왼쪽) 코치는 내년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를 떠오르는 게 두렵지 않다“이제는 과거를 떠오르는 게 두렵지 않다.

견뎌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위해 살고 싶다.”

덕진동 종합경기장 옆 전북양궁훈련장에 들어서니 휠체어에 의지한 채 시위를 당기는 선수가 눈에 들어온다.

전북 유일 장애인 양궁대표인 이장희(38) 선수다.

2013년 전북장애인양궁협회 최두석 전무이사 및 코치를 만나 양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전북 최초 메달을 획득하며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국가대표 선발전 예비 8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내년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을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게 최종 목표다.

‘왜 화살을 오래 가지고 있나, 한 가지 생각만 하라’는 최 코치의 주문이 쏟아진다.

추석 연휴지만 쉴 수 없다.

양궁은 특성상 하루라도 쉬면 바로 티가 난다.

연휴에도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다.

당장 이달 말 전국체전 대비를 해야 한다.

또 내년 브라질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할 국가대표 자격도 가져와야 한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엔 기록이 매우 저조했다.

건강을 찾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향상되는 실력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최두석 코치를 만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작년 전국체전에서 그는 전북 장애인 역사 최초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대결한 적이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승리를 거뒀다.

상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자 양궁과 삶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내친 김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어가는 기회도 잡았다.

국가대표 선발전 8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때문에 하루하루가 희망찬 미래다.

전북 대표를 넘어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날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장애를 얻기 전 평범한 젊은이였다.

3남매 중 장남으로 평범한 일상의 휴학생이었다.

군 제대 후 친구들과 해수욕장을 놀러 간 게 화근이었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2002년 7월, 월드컵 열기가 막 식기도 전이었다.

재활시설을 전전긍긍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5~6년 집에서 은거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주위의 시선도 부담이 됐다.

처음엔 애써 외면했다.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단 웃음으로 대답한다.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막막했다.

병원 계단서 밑으로 떨어질 까 극단적 생각도 했다.

장애인에 관심 없던 내가 장애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하고 극복해야 했다.

다행스럽게 낙천적 성격이 큰 도움이 됐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양궁이 눈에 들어왔다.

화살을 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활기찬 생을 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0년 처음 활을 잡았다.

실력이 점점 늘어났고 노란 과녁을 맞추는 재미가 쏠쏠했다.

성적보다는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전북에서 양궁에 입문한 장애인들은 많지만 꾸준하게 전념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고가의 장비는 둘째 치고 자신과의 싸움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전국대회가 열리지만 전북은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만이 유일한 전북대표 양궁선수다.

재미삼아 시작했던 양궁은 코치를 만나면서 일취월장했다.

작년 전국체전에선 혼자 1,300점을 획득했다.

타 종목 금메달 3개를 딴 선수보다 높은 점수를 가져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

몸은 불편해졌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아졌다.

우선 내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각오다.

현재 자신을 포함한 상비군 8명 모두 쟁쟁한 선수들이다.

이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왕 칼을 뺐으니 좋은 결과에 욕심이 간다.

부모님과 동생들에도 값진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

국가대표 후보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이미 이룬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철없는 아들이 아닌 무언가를 해내는 아들과 형의 모습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장애우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선 적절한 외부활동을 찾으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활동을 하면 몸도 건강하고 정신도 건강해진다.

집에서 나오길 바란다.

기회가 되면 도내 젊은 장애인들에게 체육활동을 널리 홍보하고 싶다.

자신의 경험을 교훈삼아 새로운 인생을 소개하고 싶은 홍보도우미를 꿈꾸고 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