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동지도 없는 곳이 바로 정치 세계다.

어제는 치고 받고 격렬하게 싸웠어도 오늘은 술 한잔 기울이며 금방 한솥밥 식구가 된다.

내일 만나면 그 누구보다 가까운 벗이 돼 있을 지도 모른다.

“정치는 그런 것”이라고 옛날 선배 정치인들은 자주 그렇게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전북은 19대 국회 들어 정치적으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참신한 초선 의원 7명이 전북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쉽게도 강인한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같은 ‘뛰어난’ 업적조차 없었다면 19대 국회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에는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가 방향을 제시하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경쟁 정당이나 타 정파에 맞서 ‘우리 식구’를 챙겨야 한다.

그래야 팀원들이 따르고 리더를 중심으로 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현재 야권을 보자. 야권의 맏형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문재인 대표가 스스로 재신임 카드를 던져 어찌어찌 봉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호남이 아닌 수도권 출신 정치인들이 조기 통합전당대회나 빅 텐트론을 들고 나왔다.

조기 전당대회나 빅 텐트론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에 대한, 중도-비주류 측의 또 한번의 ‘재신임’ 요구로 볼 수 있다.

야권의 주요 주자가 모두 참석하고 여기에 문 대표도 참여한다.

그리고 내년 총선거를 이끌 당 대표를 제대로 뽑자는 것이다.

만일 새정치연합에 강한 리더가 있었다면 당이 이렇게 힘 없는 약체정당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 대표가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니 그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중앙당은 그렇다치고 사실 전북 정치가 문제다.

전북의 가장 큰 문제는 확실한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전북이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강한 리더를 만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북은 이 시점에서 ‘전북 중진 회의’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출난 리더가 아직 없다면 리더를 지냈거나 리더급 인사들로 중진 회의를 구성해, 가장 먼저 전북의 현안을 끝까지 파헤치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중진 회의의 대상은 일단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세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정동영 전 통일장관, 송하진 전북지사, 유성엽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위원장 등으로 1차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중앙과 지역에서 각자의 위치를 개척해 낸 이들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처음 지지했던 김원기의 혜안(慧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정세균, 전북 최초로 여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할 말은 하는 송하진 그리고 무소속이었다가 현재는 새정치연합 도당 위원장인 유성엽.이들이 가진 경륜과 현재의 정치 파워, 중앙 정치권을 향해 전북 몫을 어떻게 챙겨나갈지 등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전북을 바라보는 타 시도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전북 몫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북은 물론 이들 중진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내년 총선 가도에서 전북이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 중진 회동을 통해 조속히 방향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

이들 상당수는 어제는 적이었고 지금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인사가 많다.

서로 껄끄럽고 특히 공천 문제를 놓고 ‘구원’을 가진 이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 자리에 모이기가 불가능한 조합으로 보이지만, 전북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는 이들 5인 회동이 필요하다.

정치에는 적도, 동지도 없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