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현 정치부장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구의 현역 국회의원, 김회선 의원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번 더 출마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초선’ 의원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내가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다른 애국의 방법이다.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넘치고 이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겠다는 훌륭한 인물들이 줄을 서 있다”며 후진에게 길을 터 주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제 만 60세다.

서초구는 공천만 받으면 3선까지는 무난한 지역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불출마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 4년, 저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신 당 관계자와 선거구민 여러분께 엎드려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억지로 떠밀린 것도 아니고 불미스런 일에 얽힌 것도 아닌데 스스로 여의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현역 의원 5명이 불출마 대열에 참여했다.

대구 수성구의 이한구 의원, 대전 중구의 강창희 의원, 경남 김해을의 김태호 의원 그리고 비례 손인춘 의원 등이다.

이번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회선 의원을 포함해 대부분 여당의 텃밭 지역구 현역들이다.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고 과감히 여의도를 떠나기로 했다.

명분은 능력있는 후진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가 일각에선 친박계 불출마라느니, 이를 통해 비박계도 불출마시키고 전략공천하겠다느니 등의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김회선 의원의 경우, 무엇 때문에 친박- 비박 공천 싸움에 자신이 들러리를 서겠는가? 그는 경기고, 서울법대, 서울서부지검장, 김앤장 변호사, 국가정보원 제2차장 등 요직을 모두 거친 엘리트다.

이제는 국회의원보다 다른 길에서 국가 발전을 돕겠다는 순수한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5명의 불출마 의원이 나오면서 불똥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떨어졌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혁신하겠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말은 무성하지만 누구 하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이가 없다.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문 대표는 케이스가 완전히 다르다.

부산이 새정치연합의 텃밭이 아닐뿐더러 당선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다.

오히려 이 곳은 문 대표가 출마를 선언해야 할 지역이다.

이 곳에서 당선돼야 차기의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고 총선 바람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19대 국회 들어 정치 위상이 약화된 전북은 어떤가?전북에서는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두 명의 유력 정치인이 선당후사, 탈(脫)전북하고 서울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정세균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됐고 정동영 전 장관은 서울 강남을에서 패했다.

정-정 모두 전북에서 출마했다면 지금 아마도 중앙당의 터줏대감, 최대 실세 그룹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지역구를 떠났다.

당이 살아야 야권이 살고, 야권의 텃밭인 전북도 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주요 정당들의 공천 일정을 감안하면 이제 한 100일 정도 지나면 공천이나 낙천 대상자 윤곽이 나올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역 의원들은 20%가 무조건 교체된다.

도내에서도 산술적으로 2~3명은 공천 탈락 대상이다.

도내 11명 국회의원 중 전북을 위해 힘껏 일했고 지역 목소리를 강하게 냈으며, 동료 선후배 정치인 그리고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정치인이 몇 명이 될까? 전북의 도세가 갈수록 약해지는 상태에서 반전의 기회가 왔다.

도내에서 불출마 선언 현역이 나온다면 전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후진을 위해 길을 터 주겠다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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