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태 전 기업은행장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산가족의 만남이 재개 되었다.

수십년동안 혈육임에도 불구하고 냉각되고 단절된 남북관계로 인해 생이별의 고통을 당해왔지만 혈육의 만남까지는 막지 못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재개된 금강산 면회 장에는 휠체어를 탄 거동이 불편한 노령자가 눈에 많이 띈다.

의료진을 대동하고 평생에 그리던 자식을 만나보려는 98세 남쪽의 노인이 2명이나 있었다.

그래도 이번 이산가족 만남에 선정된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주변에는 지금까지 수십 차례 신청했지만 불행하게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남과 북에서 애타게 만나자고 신청하지만 이러 저런 사연으로 상대가 거부하여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분단의 세월은 벌써 7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이산의 아픔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금강산의 면회소는 여느 때와 같이 눈물의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90대의 남쪽 노모가 북쪽의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결혼 후 두 달이 안돼 헤어진 부부의 기막힌 만남도 있었다.

남쪽의 아버지가 약속했던 고무신을 사들고 북쪽의 혈육을 만나는 장면도 있었다.

고기잡이하다 납북된 북쪽의 아들이 김일성 배지를 달고 나타나 남쪽의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도 보였다.

모두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가족 재회의 생 드라마이다.

북쪽의 마이크에서는 그래도 `반-갑- 습네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아무런 조건 없이 확대되고 정례화 되어야 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이산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는 비극은 중단되어야 한다.

체제와 이념이 인륜마저 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매년 4천명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단다.

이들 이산가족들이 천추의 한을 품고 저세상으로 가기 전에 한번이라도 가족 만남은 성사되어야 한다.

1985년 이후 19차례의 이산가족의 만남은 있었지만 전체 이산가족 중 극소수에 한정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긴장과 냉각은 이산가족의 재회까지 단절시킨 결과이다.

우리 정부는 일찍부터 이산가족의 만남의 범위를 확대하고 만남의 회수를 늘리자고 제의하였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기본적으로 이산가족의 만남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이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체제 모순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결과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에도 이산가족을 불러 모아 단체로 새 한복과 양복을 구입하고 선물까지 준비하였다.

이들에게 체제를 선전을 위한 교육까지 철저히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이산가족 재회의 행사는 북한 당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행사임이 틀림이 없다.

이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우리의 확고한 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의 만남이 남북관계의 긴장으로 취소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긴급 처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의 81%가 70대를 넘은 점을 감안하면 이산가족 재회 사업은 시간을 다투는 사업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방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 전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까지 돈으로 사오는 사업을 성사시켰다.

정부는 우선 이산가족의 재회 사업에 그 동안 비축된 통일 기금을 활용할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당국이 이산가족 재회사업에 응분의 대가까지 요구하고 있어 가능한 사업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정부는 이산가족의 재회 사업을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공조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유네스코의 기록물로 등재된 상황에서 국제적인 여론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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