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필자의 땀을 씻어주는 갑진 선물은, 머리가 노랑․검정․갈색․파랑색으로 곱게 꽃단장한 새 2마리가 필자 앞에 날아와 앉으니, 마치 추월산을 찾은 필자를 영접해주는 영접사 같이 느껴졌다.

이러한 자연의 묘미를 즐기고 있는데,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어찌나 크게 떠드는지, 필자가 그곳에 머물며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하기가 어려웠다.

산에 오면 자신의 심신을 자연에 맡기고, 자연과 함께하며 세속에서 찌든 때를 씻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산에 오는 것 자체를 수양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단지 유산소운동을 하기 위해 산을 찾는다면 산을 욕되게 하는 행위일 것이다.

즉, 외면세계 및 내면세계에 모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싹이 돋아나야, 진정으로 자연과 같이 호흡할 자격이 생겨서, 산에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리암에 도착하기 전에 만난, 바위로 된 절벽 위에는 신기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2그루가 있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움을 느낄,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소나무 가지 위에 예쁜 새집이 지어져 있다.

그 새집이 어떤 종류의 새집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인간들에게 여러 번 실망해서인지, 이번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을 곳에 보금자리를 만든 것 같다.

가파른 절벽에 설치되어 있는 철제사다리 4개를 지나 보리암에 도착해 주변경관을 살펴보니, 깎아지른 바위절벽이 마치 다홍치마를 두른 것처럼, 아름다운 병풍을 둘러쳐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바위 절벽에 나무는 없고, 바위에 달라붙어 자라고 있는 ‘바위손’이라는 약초가 바위와 호흡을 같이 하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추월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담양호는, 추월산 계곡에서 맑은 물이 흘러들어, 추월산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고요한 산자락 구석구석까지 이어진 담양호 물은, 추월산의 정기를 듬뿍 머금고 있어, 그 생명력이 용틀음 하는 것 같다.

필자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바위 턱에 앉아 담양호를 내려다보니, 담양호 수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결에 담양호 물이 부끄러운 듯, 간지러운 듯, 잔물결을 일으키며,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리암에서 맛보는 약수는 감로수와도 같다.

이 약수터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정상 가까이에 오르니 토종배(아그배)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에는 열매가 달려있어 아름다운 분재를 보는 것 같았다.

자연을 벗 삼아 오르다 보니, 새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생기고 가파른 절벽에서는 노프에 몸을 의지한 체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보리암에 도착한 후 잠시 쉬었다가 정상에 올라 주변경관을 즐기다 보니, 모든 시름이 봄볕에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 내려, 몸과 마음이 상쾌해졌다.

추월산이라는 이름은 산 형세가 달처럼 생겼다하여 이름이 붙여졌는데, 달 중에서도 가장 밝은 달이 가을달이기 때문에 가을달처럼 밝고 둥근 형세를 이룬 산이라는 유래가 있다.

또한 담양호의 맑은 물에서 잡히는 빙어는 빙어 회, 빙어무침, 빙어튀김으로 요리해서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추월산에 올라 가을달의 둥글고 밝은 정취를 마음껏 즐기고, 하산해 맛보는 빙어요리는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추월산을 내려와 온천에 들러 냉․온탕 요법을 즐기며 몸을 풀고 나니, 심신이 가벼워져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생의 행복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기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관리하며, 어떤 기준으로 삶을 영위하고, 무엇을 추구하며 사느냐가 자신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본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인간은,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자신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영혼이 살아있는 인간,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을 아름답고, 좋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안목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다.

이는 본인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생동감 있고, 항상 만족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다.

단,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하면서 살다보면, 행복 속에 파묻혀 하루하루가 너무나 짧게만 느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고 행복하게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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