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줄명산 골짜기 위치 이정표 없다면 찾기어려워 풍경과 어우러진 잘 늙은절 방문자에게 안식과 편안함

▲ 완주군 불명산 골짜기에 있는 화암사는 이정표가 없다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꼭꼭 숨겨져 있다. '잘 늙은 절'이란 표현처럼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 있을까.

화암사로 이르는 길은 오색찬란한 단풍에 이름 모를 새소리, 졸졸졸 흐르는 개울가가 방문자에게 안식과 편안함을 준다.

발에 밟히는 낙엽과 톡톡 깨지는 상수리 소리는 이곳을 찾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절벽과 절벽 사이 계곡에 놓여진 계단이 눈에 띈다.

암반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을 발 아래 두고 147계단을 올라서면 우화루(보물 662호)를 대하게 된다.

우화루에 걸려있는 ‘불명산 화암사’란 편액은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글씨 자체만으로 그 품격을 찾을 수 있다.

완주군 불명산 골짜기에 있는 화암사는 이정표가 없다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꼭꼭 숨겨져 있다.

‘잘 늙은 절’이란 표현처럼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화암사는 우화루와 극락전(보물 663호)이 남북으로 마주보고 서 있는 입구(口)자형으로 구성돼 있다.

우화루는 조선 광해군 3년인 1611년에 세워진 것으로 그 후에도 수리는 계속됐으나 현재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극락전은 우리나라 유일한 ‘하앙식(下昻式)’ 구조물이다.

편액마저 부속물처럼 달아놓은 극락전은 아마도 하앙식 구조물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중국 목조건축의 전형양식은 일본에서도 흔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아 화암사 극락전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에서는 중국 양식이 곧바로 일본에 전파됐다는 주장을 펼쳐왔으나 화암사 극락전이 발견되면서 일본 주장이 터무니없음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방문화재인 동종을 비롯해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곳, 인근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건축양식은 선인들의 지혜를 찾음과 동시에 후손들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휴양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템플스테이로 환하게 불이 켜진 일부 사찰과 동네 부의 상징이 된 거대한 교회를 볼 때마다 화암사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듯싶다.

산 속 꼭꼭 숨겨놓은 사찰, 몇 번을 가도 또 가고 싶은 절, 화암사에서 심신의 안녕과 힐링의 시간이 되길 권해본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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