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영 전북도의원

올 한해 지리한 가뭄에도, 들녘에 황금빛 벼 이삭이 튼실한 자태를 뽐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3년 연속 풍작이다.

그러나 풍작의 기쁨보다는 농민의 가슴에는 긴 한숨만 깊어 가고 있다.

도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증가 했지만 농민들의 실질적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한 마디로 “못 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정부가 농업인들의 소득안정을 위해서 실시하고 있는 쌀 소득직불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갈수록 줄어만 들고 있다”고 농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고, 그런 사정을 청와대에 알리기 위해 다가오는 14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의 농민들은 밥쌀용 쌀을 수입해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경제에 찬물을 끼얹더니 이제는 생산량 대비 공공비축미 물량을 배정 하는 것도 전북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규성 국회의원(김제·완주)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시도별 쌀 생산량 및 공공비축미 매입량’에 나타난 자료를 보면, 2014년 전북지역에서는 모두 67만 9300t의 쌀이 생산됐으며, 이중 7.6%인 5만 1449t(건조벼 4만 6618t, 산물벼 4831t)만이 공공비축미로 매입 된 것으로 확인 되었다.

이 수치는, 전국 8개 도 지역 평균 매입율 8.7% 보다 1.1%p가 낮은 것이며, 전국 도 지역의 쌀 총 생산량 중 전북지역이 차지하는 비율(15.4%)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전북지역 공공비축미 매입량 중 산물벼(건조하지 않은 벼)의 매입비율은 9.4%로 9개 도 지역 중 가장 적었고, 전국 평균(20.4%) 보다 무려 11%p나 낮은 것으로 파악 되었다.

농민들은 “농촌인구 고령화와 농업인력 부족 등으로 농민들은 산물벼 매입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산물벼 매입에 매우 소극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현재의 공공비축미의 지역별 배분 방식이 전년도 매입물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전북이 소외를 받고 있고, 이런 불합리한 기준을 바꿔야 전북이 차별 받지 않는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옛말에 ‘인심은 곡간에서 난다’라는 말이 있다.

한 해 풍년농사를 지어놓고 수확을 하여 곡간에 그득히 쌓아 놓으면, 없던 인심도 생겨 난다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예전에는 풍년이 들면 가격이 좀 떨어져도 물량이 많아 그럭저럭 수지타산을 맞추었는데, 지금은 나라의 곡간이 넘쳐나고 있고, 국민들의 일인당 쌀 소비량은 작년 65kg으로 30년 전 156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 들고 있는데다, 밥쌀용 쌀까지 수입되고 있는 마당에 농민들은 입에서 쓴네가 난단다.

현 세대는 쌀은 주식의 개념을 넘어서 생활의 기반이다.

농민들은 쌀을 곡간에 쌓아두고 여유를 부릴 겨를이 없다.

현찰로 바꿔야 밀린 인건비며, 농자재대금과 자녀들 학비와 생활비로 들어가다보면, 돈 쓸 일이 더 많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야적 시위며, 상경투쟁도 이제 지긋지긋 하단다.

제발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허공에 대고 주먹질 좀 그만 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탁주 한 사발 들이키며 노인 분이 힘없이 말끝을 흐리었다.

추곡수매의 계절, 말 그대로 곡간에서 인심 날 수 있도록, 정부의 추곡수매제도를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한다.

전북도에서도 특단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 하다.

논 농업 대체작물의 끈임 없는 개발과 보급, 중앙정부 정책에 치밀한 대응, 밭 직불금제도의 확대 등, 송하진 지사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삼락농정’이 빠른 시간 내에 정착되어 농민들이 피부로 느낄 있도록 정책에 가속도를 붙여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 의회 정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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