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성의 위기’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다.

오쿠다 쇼코의 ‘남성표류’는 중년 남성이 맞이하는 5가지 위기를 밝히고 있다.

마흔 중반부터 갱년기에 나타나는 ‘건강표류’, 고령화 시대에 이르러 곧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는 ‘효도표류’, 육아남 전성시대의 남자의 혼란 ‘가정표류’, 미혼과 기혼에서 오는 ‘애정표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의 ‘직장표류’까지 중년남성의 현실을 바라본다.

책은 일본의 모습을 바라본다고 하지만 한국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일본 중년남성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고,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중년남성을 주제로 다뤘기 때문에 저자도 남자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여성 르포작가다.

저자는 기자로 활동하면서 남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10년의 기간 동안 밀착취재를 이어갔다.

200여명의 남성을 10년간 추적해 얻는 결과물이 바로 ‘남성표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책 속에서 드러나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어떨까. 먼저 건강을 살펴보자. 여자는 갱년기를 겪는다고 하지만 남자 역시 마흔 중반부터 몸의 변화를 겪는다.

20대를 정점으로 호르몬 분비가 줄기 시작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이 찾아온다.

체력이 떨어지고, 성적 능력도 감퇴한다.

탈모 증세를 겪기도 한다.

이 같은 증세를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호르몬 약을 먹거나 탈모 치료를 받고, 운동에 몰두하기도 한다.

일터에서는 어떠한가. 남자들이 불안해하는 근원이라 하면 첫째도 일이고, 둘째도 일이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40대의 일자리가 불안하다.

정년퇴직과 연금의 혜택을 누린 세대의 자녀인 현재의 40대들은 조기 퇴직과 비정규직에 내몰린다.

조직에서 잘나가다가 한직으로 밀려나기라도 하면 인생을 잘못 살아왔나 싶은 생각에 깊은 우울감에 빠지는 중간관리자도 있다.

아래에서 위에서의 동시 압박은 중년들의 큰 무게고, 부담이다.

가정 역시 편하지 않다.

최근에는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육아를 도와주는 남편, 그 전제에는 일을 하는 남성의 모습이 깔려있다.

생계해결을 위해 뛰어야 하는 상황 속에 육아까지 맡아야 하니 남자들은 이중적 잣대를 느낀다.

이 책에서는 남자 자신들조차도 알지 못하는 감춰진 속내를 시원하게 밝힌다.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의 남자들의 증언이 담겨져 있으며 중년 남성에게 닥친 위기와 극복과정, 실패 사례까지 고루 담아냈다.

그들의 증언들을 통해 공감할 수도 있고, 그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배울 수도 있다.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대비책도 될 수 있다.

표지에 적힌 그대로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의 인생 가이드’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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