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비정규직 쟁점과 관련,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60여일 간 허송세월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의 노동개혁 입법 발의 강행, '노사정 합의 위반'이라는 노동계의 반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인한 정치권의 혼란 등이 맞물려 노동개혁이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는 9월15일 노사정위 본회의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해 9월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출범한 후 대화 결렬과 재개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나온 대타협인 만큼 국민의 기대도 컸다.

청년실업 해소와 노동시장 선진화의 큰 발판을 마련할 거라는 기대였다.

대타협 후 정부와 여당은 '속도전'을 내세우며 노동개혁 5대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개정안 등 5대 입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였다.

문제는 5대 법안의 내용에 노사정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허용업종 확대' 등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들 사안과 관련해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으로 대안을 마련, 입법에 반영하자고 합의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만큼 시간을 두고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여당이 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에서는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본인이 원할 경우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파견법 개정안 등은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과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제조업 파견 업무를 허용했다.

노동계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했던 이들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자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 파기'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타협 무효 선언까지 불사하겠다는 한노총의 강력한 반발에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까지 나서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며 노동계를 달래야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한 달이라는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대타협 후 한 달이 흐른 지난달 13일 김대환 위원장에 이어 송위섭 아주대 명예교수가 특위 위원장으로 위촉돼 '2기 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노사정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노사정 공동으로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하는 등 의욕적인 출발을 했지만 2기 특위도 갈등의 골을 메우지는 못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금속•화학•공공연맹 등 일부 산별노조가 '노사정 합의 파기'를 계속 주장해 협상에 임하는 한노총 지도부의 입지를 좁게 했다.

정치권도 내년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으로 첨예한 대립 구도로 빠져들면서 노동개혁 추진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대타협 후 60여일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비정규직 쟁점 관련 합의안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노사정 대화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파견 확대 등은 노사정 간 이견이 워낙 커 당초부터 합의가 쉽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노사정의 합의 도출 실패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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