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향교 은행나무 장관 조선시대부터 묵묵히 자리지켜 '기다림' 인생의 의미 되새겨

▲ 한옥마을 향교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로 장관이다. 바람이 불 때면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
▲ 한옥마을엔 향교를 비롯해 경기전 등에 수령이 수백 년 된 은행나무 17그루가 있다. 은행나뭇잎을 쫓으며 뛰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며,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 모습이 이채롭다.

올해 마지막 단풍이다.

해마다 찾아오건만 보낼 때마다 아쉽다.

한옥마을 향교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로 장관이다.

바람이 불 때면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

나뭇잎을 쫓으며 뛰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며,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 모습도 이채롭다.

한옥마을엔 향교를 비롯해 경기전 등에 수령이 수백 년 된 은행나무 17그루가 있다.

4~5m에 달하는 큰 키나 두꺼운 둘레를 보면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킨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낙엽비가 장관을 이루며 떨어지고, 이맘때쯤 전국 사진작가들의 즐겨 찾는 장소다.

이곳은 노란색 그 자체다.

하늘을 올려보다 노랗고 땅을 내려봐도 노랗다.

흔히 은행나무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 칭한다.

세계 각지엔 수 천년을 넘게 살아온 은행나무들이 많다.

국내엔 은행나무가 언제 들어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기도 용문사 앞 은행나무는 1,100살이 넘는다고 한다.

전주한옥마을 경기전과 향교 은행나무는 이보다 못하지만 500여년을 자랑한다.

조선시대부터 한 자리에 묵묵히 여러 고난과 격정을 이겨낸 은행나무는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면 아름답게 피어난다.

발 밑에 떨어진 은행나무잎이 500여년전 그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까지 버텨왔던 은행나무의 시간적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게 보인다.

절정을 이루던 은행나무의 노란잎은 바닥에 내려앉아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앙상한 가지로 잎이 풍성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돌고 돈다지 않은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은 후일을 위한 거름이 되고 내년 이맘때면 또 다른 노란 은행나무잎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가을 단풍의 향연을 느껴보지 못했더라도 섭섭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내년에는 더욱 노랗고 풍성한 단풍잎이 전주향교 앞마당을 수놓을 게다.

인생을 그래서 재미있다.

기다리는 재미다.

은행잎에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면 다소 비약이라 할 수 있으니 소소한 것에서부터 재미를 느끼는 인생.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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