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셀럽-노비출신 훈장 등 미천한 출신의 비주류 조선 스타 조명

‘조선의 엔터테이너’ 사뭇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단편 추리소설 시리즈 ‘불의 살인’, ‘빛의 살인’, ‘현의 살인’을 비롯해 ‘조선 백성 실록’, ‘조선의 명탐정들’을 집필하며 역사의 뒷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정명섭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의 숨은 스타들을 조명하고 나섰다.

책에서 말하는 엔터테이너를 설명하자면, 유명인사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TV프로그램 ‘달인’에서 소개되는 인물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런 프로그램은 우리 주변에 친숙하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속에서는 전통적인 예술가에 속하는 음악가, 화가, 시인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출신이 미천하고 우리가 익히 알지 못하는 비주류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성기는 원래 상방궁인, 즉 활을 만드는 장인이었으나 거문고 연주도 탁월했다.

본격적으로 거문고 연주를 위해 당대 최고의 거문고 연주자인 왕세기를 찾아 갔으나 번번이 홀대받기 일쑤였다.

왕세기의 집 담 밖으로 새어나오는 연주소리를 따라 도둑과외를 받던 김성기는 결국 왕세기에게 들키고 말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받고 제자로 들어간다.

날개를 단 김성기는 본격적으로 거문고 연주자로 명성을 알리게 되는데 조선의 3대 시조집인 ‘청구영언’을 쓴 김천택과 함께 이백의 시에 등장하는 산의 이름을 따 ‘경정산가단’이라는 일종의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이 가단은 조선 후기 내로라하는 가객들을 모으고, 길러내며 명실공 조선 최고의 Top 밴드가 되었다.

판소리 역사상 최초로 여성 명창을 길러낸 신재효. 최근 영화화되기도 했던 내용도 담겨있다.

끝내 시대가 외면한 외로운 솔리스트 해금 명인 유우춘, 양반의 전유물인 시에 노래를 입혀 시조창의 대가로 대중들에 사랑을 받았지만 끝내 굶주려야 했던 김수장 등 조선 후기 음악가들의 드라마틱한 삶도 조명하고 있다.

노비 출신이지만 당대 한양에서 ‘과거 입시 전문 스타 강사’로 이름을 떨쳤던 정학수도 있다.

성균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수복 신분인 정학수는 송동(지금의 명륜동 혜화동 일대)에 수십, 수백 명이 한꺼번에 수강할 수 있는 서당을 차렸다.

김홍도가 그린 유명한 ‘서당’이 묘사하는 것과는 달리 대치동의 기업형 학원에 가까웠다.

노비가 어떻게 양반댁 자제들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 이는 성균관 노비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반촌과 연관이 깊다.

성균관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넘쳐나는 유생을 감당하지 못하자 자연스레 유생들이 반촌에 머물렀다.

일종의 하숙촌인 셈이다.

다산 정약용도 반촌에 머물며 조선 최초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승훈과 함께 천주교를 공부했다.

인물 하나하나의 삶도 참으로 재밌지만 그 시대상황과 어우러져 이야기들이 참으로 흥미롭다.

또 하나, 지금의 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책 속의 비주류들은 천대와 멸시까지 받는다.

그 힘든 시대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사회를 비틀고,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때로는 비웃으면서 맞서나간다.

웃음과 감동, 해학으로 고단한 백성의 삶의 무게를 덜어줬던 인물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삶이기에 애처로운 마음도 든다.

현재를 사는 대다수의 삶이 아닐까 싶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 사회도 있는 것 아닌가.

 

/윤가빈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