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前 대법관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출간 중요 판결들과 관련된 개인적 견해 등 수록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서 재직 당시 ‘소수자의 대법관’으로 불리며 진보적 의견으로 많은 관심과 지지를 모았던 김영란. 일반 대중에게는 ‘김영란법’으로 더욱 익숙하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처음으로 스스로의 판결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를 펴냈다.

저자가 재직 당시 참여한 중요한 판결들을 꼽아 판결의 의미와 배경, 논쟁의 과정을 꼼꼼히 되짚고, 개인적인 견해와 반성까지 솔직하게 밝혔다.

자신을 스스로 공개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저자는 대법관 스스로 자신의 판결에 대한 의견을 조목조목 밝혔다.

또한 판결문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쓴 흔적이 묻어난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법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흐름,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법의 논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일반인을 위한 법률 교양서로도 유익하다.

책에 담긴 사건들은 판결 당시에도 커다란 사회적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들이 많다.

저자는 각각의 판결을 현재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다시 읽으면서 판결에 담긴 법의 논리뿐 아니라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논의, 판결 이후의 변화, 비슷한 외국의 사례와 연관된 문학작품, 영화까지 두루 살피며 독자들이 당시의 사회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도 쟁점으로 남아 있는 출퇴근 재해, 퇴직금 제도의 문제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들부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 사학비리, 존엄사와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논쟁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찬반격론 속에서 사회를 움직여온 판결들을 다수 볼 수 있다.

우리지역이 연관된 사건도 수록돼 있다.

바로 새만금이다.

환경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건으로 당시 대법원은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저자는 다수의견에서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사업은 중단할 수 없다는 당위성이 이면에 작용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각각의 판결들 속에서 다수의견, 반대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등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진행되는 논쟁의 과정도 흥미롭다.

그 자체로 다양한 사회적 주장 사이의 논리적 경합을 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시간의 제약이 있고, 긴장감이 감도는 TV 속 토론프로그램보다 잘 정제돼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

저자는 법의 해석과 적용에 고정된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법률가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문화, 인식의 흐름에 발맞추어 조금 더 합리적인 결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직업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국민주권과 기본권 보호라는 법의 근본 원리가 놓여 있다.

다수결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자들과 달리 임명되는 판사는 소수자를 보호해야 할 정치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헌법에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찾아 이를 실현해야 함을 말한다.

저자는 출간과 함께 이뤄진 언론사 인터뷰에서 “외국에서는 대법관들이 이런 책을 많이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 판결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논쟁인 만큼, 일반인들이 어려운 판결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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