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약한 부분은 어느정도 방어했으나 강한 부분에서는 기대했던 큰 이득을 보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온전히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등 원산지 관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금융·통신 등 중국 서비스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은 성과로 거론된다.

     

◇ 개방 수준 앞선 FTA보다 낮아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FTA 홈페이지(www.fta.go.kr)를 통해 공개한 한중 FTA 협정문(영문본)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교역 품목의 90.7%인 7천428개에 대한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85.0%인 1천417억 달러 규모다.

반면 한국은 교역 품목의 92.2%인 1만1천272개, 수입액의 91.2%인 736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20년 안에 없애기로 했다.

이는 품목 수와 수입액 모두 3년 안에 90% 이상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에 비하면 개방 수준이 낮다.

그만큼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농축수산 시장의 피해을 줄이고자 쌀을 비롯한 주요 품목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자국의 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 등 공산품 일부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자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처음 공개된 협정문은 지난해 11월10일 협상이 타결된 이후 양측의 개별적인 법률적 검토를 거쳐 가서명한 것이어서 협상 타결 당시 발표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 자동차·전기전자    

먼저 제조업 분야의 득실을 따져 보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양국 모두 정책적인 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대부분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중장기 관세철폐 대상으로 묶었다.

중국은 승용차와 기어박스, 핸들, 클러치 등 주요 부품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일부 버스와 화물차는 장기 관세철폐(10∼15년), 충격흡수기 등은 10년 내 관세 철폐 대상으로 정했다.

한국은 승용차, 화물차, 승합차 등 완성차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자동차 부품 대부분을 장기 철폐 대상에 포함했다.

전기전자의 경우 중국은 대형 가전제품, 2차전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 경쟁력이 열위인 품목을 장기 철폐 또는 양허 제외 대상으로 정했다.

다만 아직은 한국의 경쟁력이 우위지만 중국의 공급능력이 확대되는 LCD 패널은 양국 모두 FTA 발효 후 9년차부터 관세를 낮추기 시작해 10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은 전동기, 변압기 등 주요 중전기기를 중장기 철폐로 보호하기로 했다.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패널 등은 현재 한국이 뚜렷한 경쟁 우위를 보이는 수출 주력 품목이지만 관세 철폐를 유보해, 중국에 추격의 빌미를 주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품목 대부분이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해 사실상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 철강·석유화학·일반기계    

철강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 업체들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소재로 활용하는 냉연강판,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범용제품인 후판 등을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아연도금강판,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개방에서 제외한다.

한국은 중소·중견 기업 보호를 위해 페로망간 등 합금철은 장기양허 대상에 포함시키고, 상하수도관으로 사용되는 주철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은 이온교환수지, 고흡수성수지, 폴리우레탄 등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과 함께 자국 내 공급이 부족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범용제품의 자급률 확대를 위해 새로 개발하거나 생산을 늘리는 일부 제품은 양허제외나 부분관세감축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초산에틸을 비롯한 중소기업 생산제품과 대중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초산 등의 제품을 양허제외 대상으로 묶는 대신 대기업이 생산하고 중소기업이 원료로 많이 쓰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시장은 개방하기로 했다.

일반기계의 경우 중국은 포장기계와 여과·청정기, 집진기 등 환경오염저감장비 등을 개방하는 대신 굴삭기를 비롯한 건설기계와 고급공작기계는 관세철폐 대상으로 정했다.

한국은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볼베어링 등 기계부품과 전기드릴 등 전동공구를 보호하되, 미국과 EU 등에 이미 개방한 공작기계를 비롯한 완제품을 중심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 섬유·생활용품    

섬유의 경우 중국은 화섬직물, 편질물, 기능성 의류, 유아복을 포함한 대부분의 품목을 개방하되, 육성정책을 펴는 화섬사 등은 양허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순면사, 직물·편직제 의류, 모사, 면직물 등 민감한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내에서는 대량 생산이 어려운 자켓, 코트, 스웨터 등 의류 위주로 개방한다.

기술 경쟁력 있는 견, 마 등도 개방 대상이다.

생활용품의 경우 중국은 콘택트렌즈, 주방용 유리제품을 비롯한 대부분 품목을 개방하기로 했다.

한국은 국내 생산량이 적은 품목을 중심으로 개방하되, 고급소비재는 대중 수출 증대를 위해 대부분 10년 이내 개방하기로 했다.

대중 수입 규모가 큰 핸드백, 골프채 등 일부는 장기 철폐 대상에 포함시켰다.

     

◇ 농축산업·수산업    

농축산업은 한중 FTA에서 한국이 가장 신경을 쓴 분야다.

쌀은 한중 FTA 협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고추, 마늘,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감귤, 배 등 국내 농축산물의 3분의 1 수준인 548개 품목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두, 참깨, 팥 등 일부 품목은 저율할당관세(TRQ) 대상으로, 김치 등은 부분관세감축 대상으로 정했다.

반면 중국은 농산물 품목 가운데 91%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식품·동식물 위생검역(SPS)) 분야는 국내 농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수산물도 한국은 대중 수입 수산물의 대부분을 초민감품목군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오징어, 넙치, 멸치, 김치, 김, 고등어, 꽃게, 전복, 조기 등 국내 20대 생산 품목이 모두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됐다.

한국의 수산물 자유화율은 품목 수로는 86.2%, 수입액 기준으로는 35.7%에 그쳤다.

반면 중국의 수산물 시장 자유화율은 품목 기준 99%, 수입액 기준 100%로 사실상 완전히 개방됐다.

한편 불법조업 대상품목은 초민감품목군에 포함시켜 FTA 특혜관세 혜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 금융·통신 등 서비스업    

한중 FTA의 두드러진 효과에는 한국 금융회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용이해진 것도 포함된다.

특히 이번에 가서명한 한중 FTA 협정문에는 작년 11월 협상 타결 당시는 없던 '양국 금융사가 상대국에 진출하거나 자본시장을 개방할 때 호혜적 대우를 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관련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과 통신 분야에서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별도 조항을 만든 것도 눈에 띈다.

상대국의 통신망과 서비스에 비차별적인 접근을 보장하고 비차별적인 상호접속을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협정문에 포함됐다.

후속 협상을 통해 추가적인 논의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보건의료서비스의 경우 한국 시장 개방에 관한 내용은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이 한국의 의료기관 설립과 한국 의료진의 단기 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언급돼 업계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중소기업 긴장…개성공단 특혜관세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한중 FTA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보호막을 쳤다해도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밀려들어올 값싼 중국산 제품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강하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역외가공지역 생산품으로 인정받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FTA 발효와 동시에 개성공단 제품에 특혜관세가 부여하고, 현재 생산 중인 품목을 포함해 총 310개 품목에 원산지 지위를 부여하기로 해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비원산지(북한 등) 재료가치가 수출가격의 40% 이하여야 하지만 비원산지 재료가치에서 개성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을 제외하기로 한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아울러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통해 추후 북한 내 개성공단과 같은 역외가공지역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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