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해동명산인 가야산에서 만난 산죽(山竹)군락은 참으로 아름다운 희망을 느끼기 해주었는데, 봉동 시골뜨기 눈에는, 마치 넓다란 생강밭을 보는 것 같았다.

생강밭이라고 생각하니 생강의 독특한 향기와 내음이 코끝을 간질거리며, 가슴속 깊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가야산 5부 능선에서 쉴 때 마신 쥬스는 감로수와도 같고, 귤은 꿀맛과도 같았으며, 울릉도 호박엿은 지친 몸에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이제 서서히 눈 아래로 많은 풍경이 들어온다.

해인사도 전체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시야에 들어온다.

한참을 쉬었다 다시 걸었다.

8부 능선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갈대숲이 힘들고 지친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산봉우리 중 하나는 그 형상이 꼭 해태상을 빼 닮았는데, 바위로 둘러싸인 산봉우리 위에 군데군데 서있는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적송의 빠알간 가지마다 바위를 이불 삼아 누워 있으니, 더욱 더 그 자태가 아름답다.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산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정상에 올랐지만 날씨가 쾌청하지 못하고 구름이 많아, 주변 경관을 멀리까지 즐길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해인사 전경은 조금 전에 보았던 빼어난 봉우리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가야산은 정상이 해발 1,430m이며, 공원구역 면적은 여의도의 약 10배가되고, 소백산맥의 지맥인 대덕산 줄기로서 일명 소의머리 같다해 우두산(牛頭山)이라 불리는 상왕봉(象王峰)을 중심으로 두리봉, 깃대봉, 단지봉, 이상봉, 남산 제일봉 등의 암석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합천군과 거창군, 경상북도 성주군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1972.10.13.에 우리나라에서는 아홉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늦은 식사를 하고, 백운동에 있는 온천으로 향했다.

가야산 국립공원 해발 560m에 위치한 이 온천은 지하 620m의 가야산 암반층에서 자연여과과정을 거쳐 솟아나는 신비의 유황온수는 수질이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워 피부미용과 성인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으며 무좀 및 두피의 지루성피부염에 탁월한 소염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황성분은 아주 많은 것 같다.

한시간 동안 옥과 어우러진 유황성분의 온천수에 몸을 담근 체, 지그시 눈을 감고 오늘 올랐던 가야산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았다.

가야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하여 해동명산의 하나로 손꼽히며, 상왕봉이 최고 봉우리로 동으로는 지맥의 주봉인 우두봉을, 서쪽은 비계산, 동쪽은 백운산성 줄기로 백련암을 감싸고 있다.

특히 산 어귀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4km의 홍류동계곡은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이다.

가을에 가야산을 찾으면 만산이 홍엽이다.

해인사 입구의 십리 길을 일러 홍류동(紅流洞)이라 부르는 이유가 가을엔 더 분명해 진다.

붉은 단풍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구곡(九谷)이나 된다.

역시 해인사는 가을 단풍이 일경(一景)이며, 저녁 종소리가 이경(二景)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오늘처럼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홍류동 계곡의 적송을 보고 있노라면, 빨강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어, 따뜻함과 차가움을 함께 느낄 수 있어 그 묘미가 특이하다.

몇 차례 가야산을 오르면서 새삼 깨달은 바가 한가지 있다.

하루는 주위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숲 그늘에 앉아 있기도 하고, 계곡에서 땀을 씻기도 하면서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듯 목적지에 다다르곤 하였다.

정말 그런날의 산행은 힘이 들지도 않을 뿐만이 아니라, 목적지가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똑 같은 거리를 걸어도, 목적만을 위해 힘겹게 달리는 사람은 “한시간이나 더 가야된다”고 말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미세한 정서’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만족감이 크므로 “아직도 즐길 시간이 한 시간이나 더 남아있구나!”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목적만을 위하여 무미건조하게 산다면, ‘지금=현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목적만을 위해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즐거움도 못 느끼고, 단지 목적만을 위해 달려서 목적을 달성했을 때 잠깐의 행복감을 느낀 후에는, 공허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과정, 과정을 즐기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한다.

순간순간의 미세정서를 즐기고 만족한 삶을 산다면, 인생여정에 있어서 지치지도 않고 여유로우며 만족을 느끼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삶은 그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순간순간의 아름다움과 만족을 놓치지 않고 느낄 수만 있다면, 백만장자나 어떠한 직위에 있는자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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