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당시 우리 사회를 혼란과 충격에 빠뜨렸던 ‘댓글부대’.

최근에는 강남구청의 댓글논란까지.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재를 가지고 기자출신인 작가가 ‘댓글부대’를 내놨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강명 작가 또한 책 속 ‘출처에 대하여’를 통해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들이 결코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흥행하는 영화 ‘내부자들’이나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베테랑’에서도 관람객들이 영화 같지 않은 진짜 우리 사회가 반영됐다는 것에 씁쓸함을 토로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픽션이지만 완전한 픽션이 아니기에 ‘댓글부대’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정명 작가는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를 거치며 경찰, 검찰, 국회 등을 출입했다.

이달의 기자상, 관훈언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2세대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이 있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기자출신 작가답게 특유의 치밀한 취재력과 현장감,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서사를 밀고나가는 힘이 한껏 증폭된다.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팀-알렙의 멤버들 삼궁, 01査10, 찻탓캇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들이며 여자라면 일단 ‘김치녀’로 싸잡고,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만 여자를 만나는 일그러진 청춘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처음에 기업 상품평과 유학 후기 등을 지어내며 쏠쏠히 용돈을 벌던 이들은 W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회사 측에서 고용한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노동실태를 고발한 그 영화에 대해 안 좋은 입소문을 내달라는 의뢰를 받은 그들은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영화사가 오히려 더 스태프를 착취했다’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자고 제안한다.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고, 보잘것없는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게 된 팀-알렙의 멤버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얼마 뒤 팀-알렙은 합포회를 이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이철수’와 ‘남산의 노인’으로부터 현실 속 저항세력의 근거지인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를 무력화하고 십대들 사이에 386세대를 씹는 문화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받고 작업에 착수한다.

이 책에는 ‘진보’라고 불리는 또는 자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생겨나고, 회원들이 언제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지, 그들의 허위의식과 추악한 면모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읽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며 무엇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어떤 것인지,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은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핍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무력해질 때 파시즘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바 있다.

우리가 파시즘의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닌지, 지금의 인터넷 세계는 언제든 당신을 포섭하고 속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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