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언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 중세시대 낡은저택서 벌어지는 섬뜩한 이야기

발표한 모든 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화 되면서 천재 스토리 텔러로 불리는 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가 우리 곁을 찾았다.

‘할리우드 영향력 1위 작가’로 손꼽히는 그녀는 데뷔작 ‘몸을 긋는 소녀’로 CWA 스틸 대거상과 뉴 블러드 대거상을 받았고 두 번째 소설 ‘다크 플레이스’는 최고의 책(뉴요커, 퍼블리셔스 위클리), 여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투데이)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 번째 소설 ‘나를 찾아줘’는 출간 직후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41개국에 소개됐다.

또한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 주요 언론과 스티븐 킹, 오프라 윈프리가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데이비드 핀처가 영화로 제작하고 길리언 플린이 직접 각본을 맡으면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길리언 플린의 소설은 전 세계를 통틀어 1,3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나는 언제나 옳다(THE GROWNUP)’는 2014년 조지 R.R. 마틴의 단편선집 ‘사기꾼ROGUES’에 ‘무슨 일 하세요?(WHAT DO YOU DO?)’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길리언 플린은 이 소설로 2015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나는 언제나 옳다’의 ‘나’는 성스러운 종려나무라는 호텔에서 일하는 매춘부다.

손목에 문제가 생겨 호텔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점을 보며 사람들의 기운을 읽는다.

물론 실제로는 신기와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익힌 요령으로 손님들의 상황을 짐작해 마음을 읽어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전 버크가 찾아온다.

그녀는 카터후트 메이너 가문의 낡은 저택을 처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낡은 저택은 그녀의 문제투성이 의붓아들, 열다섯 마일즈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퇴마사를 자처하며 귀신이 나온다는 저택을 정화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직접 본 저택과 마일즈의 상태는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벽마다 기괴한 핏자국이 나타나고, 마일즈는 나를 볼 때마다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저택에 관해 조사하던 나는 100년 전 카터후크 가문이 이 저택에서 큰아들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으로 본 큰아들은 마일즈와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마일즈는 수전이 나를 죽이기 위해 이 집으로 끌어들였으며, 이 집에 계속 머물다 가는 두 사람 모두 수전의 손에 죽을 거라고 말한다.

반면 수전은 마일즈가 자신과 친아들을 살해하고 말 것이라며 제발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나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고, 저택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전통적인 공포소설’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다.

낡고 오래된 빅토리아풍 저택에 얽힌 어느 가족의 과거사, 꼬리가 잘린 채 돌아다니는 고양이, 벽에 흐르는 핏자국, 밤마다 들리는 의문의 소리, 컴컴한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촛대 모양의 조명과 목에 끈이 묶인 채 매달린 인형이 이를 반증한다.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 폐허를 배경으로 귀신 이야기를 다룬 공포소설은 19세기 중엽 이후 사실상 사라졌지만, 일부 기법과 장치는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디킨스 등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길리언 플린은 이러한 기법과 장치를 되살려 과거의 귀신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플린 특유의 섬뜩함과 여운을 끝까지 유지하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등장인물들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도 무엇이 진실일지 고민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진실을 모른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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