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 인정 않는 음주문화 유감
평등권 인정 않는 음주문화 유감
  • 전북중앙
  • 승인 2015.12.14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경일 다사랑병원 원장

또 연말이 다가오면서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해 술자리가 폭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에 관한한 매우 관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각종 모임 또는 행사마다 술자리가 만들어지고 술을 마시지 못하면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술 소비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OECD회원국 중 술 소비량이 2위이며, 국민 1인당 한해 소주 82병, 맥주 120병, 위스키 1.9병을 소비하고 있어 가히 음주대국이라고 할 만하다.

에탄올을 1% 이상 함유한 음료를 총칭해서 술이라고 말한다.

술은 1㎎당 7㎉의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으나 열량외에는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성분은 하나도 없다.

알콜은 섭취 후 위에서 일부 흡수(20∼30% 정도)되고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후 주로 간에 있는 ADH(알코올 분해효소)와 ALDH(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알콜의 분해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쌓여 홍조,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들 효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술을 잘 마시는 사람과 못 마시는 사람으로 결정지어지게 된다.

즉 체격이 크고 각종 운동을 잘하는 건장한 남자가 알코올 분해효소가 체내에 부족하다면 이들 효소가 충분한 가냘픈 여성보다 술을 잘 마실 수는 없다.

즉 술을 잘 마시느냐(많은 양을 마심을 의미함) 못 마시느냐는 순전히 이들 효소가 얼마만큼 몸에 있느냐의 문제라는 말이다.

인체에서 정상적으로 대사해낼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지속적이고 많은 양의 알콜 섭취는 신체에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고 지나치면 독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음주의 양면성을 잘 지적하는 말이다.

술이란 잘 다루면 개인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매우 해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게 되면 어떠한 상태(기분)가 되고 그 결과 어떤 긍정적인 보상은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기분이 짜릿해진다’, ‘걱정을 잊을 수 있다’, ‘긴장을 해소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성적인 느낌을 강화시켜준다’, ‘적극적 또는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등의 술 마신 후에 결과로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그것을 다시 체험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가? 연구에 의하면 소량의 술을 마실 때만이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치게 마실 경우에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과다한 알콜 섭취가 신체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원래 해소하려고 했던 스트레스에 또 다른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셈이다.

사회, 문화적인 이유는 친구 또는 동료, 선배들의 권유 등의 사회적 영향에 의해 술을 마시게 된다.

음주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정을 나누는 것이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 등의 사회적 믿음 때문에 술이 권장된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에서 나타나는 음주의 형태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신입생 환영 모임, 각종 동아리행사 등에서 술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굳어져 있다.

어쩌면 술을 마시기 위한 모임으로 착각할 정도다.

매년 3월이면 신입생 환영식에서 과음으로 인해 신입생이 숨지는 기사가 보도된다.

술을 마시는 것은 사람이지만 술을 분해하는 것은 체내에 있는 알콜분해효소들이다.

이들 효소의 양은 개인차가 있으며 효소가 부족한 사람이 과량의 음주를 짧은 시간에 할 수밖에 없다면 치사량에 도달한다.

알콜 분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억지로 과량의 술을 먹이는 행위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집단은 묵시적 살인행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음주문화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술 앞에 평등이란 말은 모든 사람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술을 잘 마시고 못 마시는 개인적인 차이를 인정해주고 각자의 양만큼 마시게 하는 것이 진정 술에 대한 평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