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현 정치부장

“여야로 나눠져 사사건건 싸우는 국회가 의원들의 봉급인 세비 인상에 있어선 서로 합의를 이끌어 냅니다.

국민 반대에 부닥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긴 하지만요. 그런데 여야가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해서도 지연시키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긴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내년 시군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 지역을 열심히 뛰고 있는, 이른바 ‘정치 신인’ A씨. 그는 새로운 전북, 잘 사는 고향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치기로 했다.

그렇지만 점차 회의감이 든다.

선거구 자체가 없으니 선거운동 하기도 어렵고, 지역구도 정해지니 않았으니 더더욱 움직이기도 힘들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A씨와 같이 불만, 초조, 분노 현상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국회의원들이 현역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원외 경쟁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 또는 비판인 셈이다.

그렇다면 19대 국회는 왜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고 있을까?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이제 4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룰이나 방식도 만들지 않고 태연할 수 있는가. A씨의 비판처럼 현역 국회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도 아무 걱정이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경쟁자들의 발목은 잡아놓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통해 사실상, 마음껏 선거운동을 펼친다.

그러나 여야의 이런 행태는 정치 신인 특히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것은 여야의 입장 차 때문이다.

서로가 국민을 위해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는 국민을 위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앞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즉 여야 거대 정당이 합의에 실패하는 것은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여야는 이미 국회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데는 합의했다.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를 7석 줄이는 것에도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린다.

결과만 얘기하면 야당이 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제도가 도입되면 여당은 불리하고 야당은 유리하다.

그래서 여당은 반대한다.

여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그냥 줄이자는 입장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이 변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역시 새누리당으로선 받기가 어렵다.

당선 가능한 국회 의석 수가 줄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는 비례대표 방식을 놓고 끝없는 대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즉 심사기일 지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시각이 많다.

국회가 이를 해결못하면 나중에 책임은 국회의장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과 총선 입지자들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에 대해 “여야 협상이 실패하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즉 직권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구 획정 불발이 국회의장 책임이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기존 선거구가 무효화된다.

현역 의원들은 내심 반길 수도 있지만, 신인과 유권자들의 거센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일부러 그런 상태를 만들려는 의도가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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