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굴착 왜 연말에 몰리나

해마다 연말이 오면 전주시내 도로 곳곳이 파헤쳐져 몸살을 앓는다.
도로굴착이나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연말에 몰리기 때문이다.
꼭 뜯어내 교체하지 않아도 될 인도 보도블록도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도블록 앞에 놓여 있는 경계석도 깨지지 않았는데 교체된다.
시도 때도 없는 연말 도로굴착과 보도블록 교체작업 때문에 부작용이 적지 않다.
통행에 불편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각종 안전사고 위험도 높다.
연말만 되면 인도나 도로 곳곳에서 공사를 하는 주된 이유는 예산편성 구조의 문제점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그 해 남는 예산을 회계연도 안에 모두 쓰려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다 보니까 당연히 연말에 공사가 몰리는 구조다.
연말 보도블록 교체와 도로굴착 공사의 문제점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전주시내 도로 곳곳 공사중

도로굴착이나 보도블럭 교체 공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관행적으로 예산집행이 이루어지고 도로굴착도 속도를 낸다.

올해 전주시 본예산 일반회계 세출예산 사업 명세서를 보면 완산구 건설과 도로유지 보수비(본예산 일반회계)는 21억2천4백2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내년도(2016년) 도로유지 보수비도 20억7천120만원으로 예산이 섰다.

도로 시설비와 부대비로는 9억5천800만원을 편성해 놓았다.

중앙동 공구거리 인도블록 정비(6천만원), 중앙동 버드나무길 아스콘 포장(2천만원)를 포함해 서서학동 팔달로변 인도포장 및 경계석 교체(2천만원) 등 무려 31개 시설사업이 올해 연말까지 사업을 마쳤거나 사업중이다.

여기에 도비 보조금 교부신청을 통해 추진되는 사업도 있다.

완산구 원당동 추동마을 진입로 확포장에도 1억5천만원의 사업비가 편성됐다.

덕진구 건설과도 올해 도로유지 보수비(본예산 일반회계)로 21억4천1백80만원이 책정돼 있다.

내년도(2016년) 도로유지 보수비 예산도 20억7천220만원이 섰다.

덕진구는 올해 예산 가운데 도로 시설비와 부대비로 4억3천280만원이 편성됐다.

인후1동 안골사거리 인도정비(3천300만원), 덕진동 덕진예술회관 앞 인도 설치(2천만원), 송천2동 조은약국 앞 인도 보수공사(1천만원) 등 덕진구의 경우 17곳의 시설사업이 올해 추진된다.

덕진구도 올해 안에 추진될 도비 보조금 사업이 여러 곳 있다.

조촌동 반월초등학교 앞 진입로 확포장 사업에 4천만원, 팔복동 24통 골목길 덧씌우기 1천만원, 전룡로 일대 노후인도교체사업 5천만원, 중인동 삼거리~북촌입구 재포장 공사 7천만원, 남양아파트 앞 경사면 도로정비사업 1억1천만원 등이 추진된다.

  

▲연말 보도블록•도로굴착 공사 관행

전주시 등 자치단체는 해마다 4차례에 걸쳐 도로관리심의위원회를 연다.

도로법시행령 56조 규정에 의거해 2월과 5월, 8월, 11월에 열리는 심의위원회에서 공사 대상을 심의하고 선정한다.

이 때문에 연중 도로굴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산편성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6~7월께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설계 절차에 2~3달이 소요된다.

설계를 거쳐 공고를 내고 입찰에 들어가 낙찰자가 선정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다.

결국 올해도 지난 11월에나 도로굴착 심의를 거쳐 해당 공사가 연말에 몰리게 됐다.

지방자치단체는 실제 세입예산을 산출해 세입•세출 규모를 맞춰 다음 년도 예산안을 편성한다.

예상했던 세입보다 세금이 더 걷히는 경우도 이를 회계연도 안에 모두 소화해야 한다.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들어온 만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예산을 쓰지 않으면 ‘세계잉여금’으로 처리돼 불용예산이 된다.

특히 회계연도 안에 사업을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가 가장 많은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대부분 연말에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집중 감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불요불급한 예산의 연말 집중 집행, 예산 전용을 통한 신규사업 집행, 예비비 배정 이전에 이뤄진 선(先) 예산 집행 등을 집중 감사한다는 방침이다.

한 시민은 “아직 쓸만하고 교체할 필요가 없는 인도를 굳이 뜯어내면서 공사를 하는 것은 예산낭비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며 “연말만 되면 고질병 처럼 반복되는 공사현장을 보며 세금이 남아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시각에 대해 행정기관에서는 예산 소진을 위한 공사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도로와 인도 보수공사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못한 데 따른 ‘연말 몰아치기 공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연말 예산 몰아쓰기 방지

대책은 도로관리 전문가들은 다음 연도 예산을 결정할 때 ‘연말 예산 몰아쓰기’ 문제점을 걸러낼 수 있는 심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이 6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 예산집행에 배치된다며 특정 시기에 시설비와 부대비 등이 과도하게 몰리는 불합리한 예산 운용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자치단체가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어엎는 등 예산 몰아쓰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급적 겨울철 보도공사(매년 12월∼다음해 2월)를 금지하고 5년마다 보도정비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보도블록 교체 방지를 위해서는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의회 내부에 ‘예산결산 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대안 중의 하나다.

‘예산결산 위원회’는 광역의회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기초의회에서는 도입하지 않고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연말 보도 공사를 개선하기 위한 타 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본받을 만하다.

수원시의 경우 올해 관내 모든 보도공사의 시행기간을 10월 말까지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보도공사를 10월까지 제한하는 ‘보도공사 Closing 10’을 운영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도로굴착 허가 과정에서 불이익은 물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아온 연말 도로굴착이나 보도블록 교체 공사에 대해서 엄격하게 관리할 계획도 내놨다.

이 밖에도 보도공사 현장에는 보행안전도우미를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보도공사 실명제를 통한 자발적 책임감 부여로 부실공사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충남 천안시는 올 초 보도블록 교체가 연말에 집중되면서 불거지는 예산 낭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보도 이력제’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도블록의 관리 이력을 알 수 있도록 보도정비 이력카드를 작성해 10년 이내 보도공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가스, 전기 등 여러 기관의 굴착시 병행굴착을 유도하는 등 정비기준을 마련했다.

천안시는 포장 후 10년 내에 시행하는 보도정비 공사에 대해서는 도로관리 심의회의 안건에 추가해 불필요한 블록교체 공사를 막을 계획이다.

전주시도 도로관리 심의를 받은 보도공사 중 미완료된 건에 대해서 모든 공정을 연말 안에 완료하도록 사업부서와 유관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성격일 뿐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연말 공사는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도로굴착이나 보도블럭 교체 공사에 대한 연말 예산 몰아쓰기 관행이 해마다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적절한 편성과 운용이 요구된다.

주된 이유가 예산편성 구조의 문제라면 특정 시기에 도로굴착과 보도블록 교체 공사의 시설비와 부대비 등이 과도하게 몰리는 불합리한 예산 운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도로굴착이나 보도블럭 교체 공사가 동절기에 몰리지 않도록 구청 사업부서에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도로법시행령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보행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