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명문대학 만들기 혼신 '지방대' 라 폄하 많이 아쉬워 이제는 수도권대학 배우러 와 교수퇴출제등 도입 위상상승 국내 종합대학 톱10 자리매김

▲ "언제나 최선을 다한 뒤 평가를 받자"라는 소신으로 살아왔다며 원 위치로 돌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를 키우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거석 前전북대학교 총장./김현표기자

세계 수준의 논문이라 할 수 있는 SCI논문 증가율 전국 1위, 교수 1인당 논문수와 연구비 국립대 1위, 연구실적 2배 향상. 서거석 전 총장이 8년 동안 전북대에서 이룬 업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평가 1위, 대학특성화사업 1위, 학생 만족도 1위, 전국 대학평가 책임자들이 뽑은 가장 발전한 지역대학 1위 등을 차지한 바 있다.
국내 10대 대학,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란 다소 비현실적 목표를 현실로 만들었고, 지방거점대학으로서 그 위상을 우뚝 세운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항상 웃는 얼굴과 능숙한 언변으로 주위를 편하게 했고 반면 그만의 뚝심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전북대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지난해 12월 이임식을 통해 정상인으로 돌아온 서거석 전 총장은 아직도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 지난 1년을 보냈고 이제는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잠시 귀국한 서거석 전 총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전북대 총장을 퇴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3월부터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연구하다가 9월부터는 일본 동경대학 법학부에서 지내고 있다.

외국에 머물면서 지난 8년간 추진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책을 한 권 쓰기 시작했는데 막바지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엔 도민들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

지난 10일 전북애향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38회 전북애향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총장 재임 기간인 8년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북대 위상과 경쟁력을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 수준으로 높인 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총장 재임기간인 8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여러 다양한 일들을 진행했지만 그 중 익산대학과 통합, 로스쿨 유치, 세계적인 규모의 연구소를 잇따라 유치 등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들과 ‘전북대를 명문대학으로 만들어보자, 할 수 있다, 우리 함께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던 일이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다.

“대학발전은 총장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해야 하고, 동문들과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성원이 있어야만 이룰 있는 일이다.

매일매일 쌓인 숙제를 한다는 심정으로 일했다.

구성원들도 고통을 감내하면서 헌신적으로 노력해줬고, 지역에서도 전북대학교의 변화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내주었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북대를 평범한 지방의 한 국립대학 정도로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전북대의 발전상은 타 지역에서 더 알아준다는 게 서 전 총장의 판단이다.

“서울 소재 대학을 포함해 전국에서 많은 대학들이 전북대를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무조건 좋은 대학이고, 지역에 있는 대학은 안 좋은 대학이라는 인식을 바꿔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는 총장이 되자마자 국내 10대 대학,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했다.

1970~80년대만 해도 전국 5위 이내 위상을 가졌던 게 전북대였다.

하지만 취임 당시 전북대는 전국 40위권으로 추락된 상태다.

서 전 총장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취임과 함께 대학 경쟁력 향상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과 연구, 학생 취업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국립대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교수 퇴출제를 도입하고 교수 승진요건을 국립대에서 가장 깐깐하게 고쳤다.

그 결과 대학의 위상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QS나 타임지, 세계대학랭킹센터 같은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들 평가에서는 국내 종합대학 Top10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또 전북보다 경제력이나 인구수 등 모든 면에서 2~3배 앞서고 있는 광주‧전남이나 대전‧충남의 거점대학은 물론 5~6배에 이르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의 거점대학까지 모두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더욱 분발한다면 202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도 불가능한 일은 아님을 알게 됐다.

이런 결과는 타 지역 지방대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렇다면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서 전 총장은 대학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지역대학 경쟁력 저하의 일차적 책임은 지역대학에 있다.

지역대학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때다.

그동안 지역대학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하기를 거부해온 면이 없지 않다.

앉아만 있어도 학생들이 몰려오던 때였으니까. 그러나 이젠 다르다.

변화하지 않으면 학교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즉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학의 색깔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이다.

연구에 중심을 둘 것인지, 교육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또는 연구와 교육을 함께 병행할 것인지 등 대학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게 우선순위다.

그 다음 그에 맞는 특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엔 과감한 구조개혁도 불가피하다.

구성원 모두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에 동참해야만 지역민들도 지역대학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향후 3년 내에 고교 졸업생 수가 대입정원보다 적어지는 이른바 대입정원 역전현상이 벌어질 예상이다.

2023년부터는 정원보다 16만 명 정도가 부족해져 대학 붕괴의 쓰나미 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일정 수준 이하의 대학엔 재정지원을 끊고 퇴출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뛰어난 대학도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

또 퇴출될 대학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아 생명을 연명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엄격한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뛰어난 대학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고 반면 비리대학, 위법부정을 저지른 대학은 신속하고 확실하게 퇴출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차이를 줄이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서 전 총장은 거점대학 중심으로 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고등교육 예산의 확충을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세계 고등교육 선진국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된 나라가 없다.

각 나라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거점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주위의 중소대학도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등교육 예산을 적어도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GDP 1.1%로 확충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지역대학은 지역대학대로 경쟁력을 키워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화제를 옮겼다.

8년 동안 총장을 역임하면서 조직의 수장이 갖춰야 하는 덕목을 물어봤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돌아온다.

신뢰 없이는 무엇이든 제대로 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또 구성원 간 상호신뢰의 따뜻한 기운이 넘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신이 싹트고 반목과 분열하는 조직은 자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총장이 학생을 대할 때는 부모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직원을 대할 때는 총장과 직원이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교수 개개인에게는 자존심과 긍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교수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멀리 갈 수 있고, 높이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최선을 다한 뒤 평가받자는 소신이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경영에도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익산대학과 통합을 위해서 수십 차례 구성원은 물론 통합을 반대하는 지역민들까지 필요성에 대해 설명 과정도 거쳤다.

가장 바람직한 대학통합이란 평가를 받은 이유다.

로스쿨 유치 과정에서도 준비위원들과 함께 한 달 이상을 철야작업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후배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창의적 생각과 도전의식을 제시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선 필수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도전정신과 열정이 부족한 학생들을 보면 아쉬움이 커진다.

어떤 일이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내년 3월이면 교수 신분으로 강단에 서야 한다.

다행히 총장직을 수행하면서도 학생들 대상으로 특강을 종종 했기 때문에 강의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정규 수업은 무려 10년 만에 하는 것이라 설레기도 하고, 부담감도 없지 않다.

“지난 8년간 총장으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왔다.

이제는 강의와 연구를 하는 교수 신분으로 다시 되돌아갈 일만 남았다.

원 위치로 돌아가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총장으로 일한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학생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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