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북도의원

호남고속도로에서 전주로 진입할 즈음에 나타나는 고층빌딩숲과 잘 정비된 신도시의 모습은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평야지대에 우뚝 선 혁신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뿌듯한 한편 부러움도 숨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감회가 새롭다는 생각도 잠시, 어느새 기억은 10여 년 전으로 순식간에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 년 동안 수도권으로 쏠림현상이 지속돼 오면서 비수도권은 일자리가 부족해 인구유출이 심화되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자 2003년 노무현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결정했다.

곧바로 거센 저항과 반발에 부딪치며 힘들어 보였던 혁신도시 건설은 마침내 2005년 5월 노무현정부의 뚝심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본협약을 체결하며 탄력을 받게 됐고, 같은 해 6월 농진청 등 농업 관련 기관과 토지공사 등 국토개발 관련 공공기관의 이전이 확정된 전북은 후보지 선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도내 9곳이 예비후보지로 제시되자 해당 지자체는 최종 선정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고, 후보지를 3곳으로 압축한 이후엔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정도로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결과가 발표되자 사전 내정설부터 농진청의 개입설, 전주권에 다수 후보지가 막판에 급부상한 점에 대한 의혹, 전주로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에 이르기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았는데, 일찍이 혁신도시가 가진 파급력을 예상했던 것일까? 맞았다.

실제 전주완주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혁신도시에서 거친 지방세는 500억 원을 상회했는데, 이는 혁신도시가 한창 조성 중이던 2010년의 지방세입 2억 9천만 원에 비해 173배나 증가된 수치에 해당한다.

그동안 LH 사태 등을 겪으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10년 전 정치에 처음 입문해 이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선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공적 안착에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그런데 이제 와서 10년 전의 얘기를 꺼내는 건 좀 새삼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혁신도시 선정 당시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 이유는 입지 선정 당시 도민들과 철석같이 약속했던 사안들이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10월,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의 최종 선정결과가 도지사에게 전달되고 2006년 1월, 전라북도는 혁신도시로 선정되지 않은 시군에 대해 ①균특회계 2,000억 원 지원, ②연간 500억 원 규모의 도비사업 우선 배려, ③지역균형발전기금 조성 등 재정적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균특회계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200억 원씩 모두 2,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고, 이 외에도 이전기관과 연계된 협력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일간지에도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당시 방송사 생방송 토론에서 행정부지사가 발언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언론은 이러한 성과공유방안을 놓고 알맹이가 없는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기까지 했지만 문제는 5~6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전라북도가 발표했던 사항 중 그 어느 것 하나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북도뿐만 아니라 전주시와 완주군도 마찬가지다.

선정과정에서 전주와 완주는 ①지방세수 증대분으로 전라북도 지역발전기금을 설치하고, ②도내 모든 시군이 참여하는 거점지역혁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결과에 이르렀다.

당시 건설교통부의 혁신도시 입지선정지침에 따르면 지역 내 균형발전과 혁신도시 성과공유방안 등 지역 내 동반성장 가능성 항목의 배점은 100점 만점에 25점으로 당락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당초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시행됐던 혁신도시 조성이 현재는 해당 지자체만의 발전으로 국한되며 지역 내 균형발전은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전임 단체장의 얘기라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건 도민과의 약속은 물론 행정의 신뢰보호의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다.

지자체가 제안서에 명시하고 전북도가 공표한 성과공유방안의 실천을 위해 모두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부러움의 대상이 된 혁신도시는 이제 도내 다른 지역과의 상생 협력의 모범도시로 거듭나야할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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