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수가 규칙을 어기면 그건 간단하다.

그냥 해고해 버리면 된다.

그렇지만, 톱 플레이어일 경우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적료가 2천만 파운드(약 351억 원) 이상되는 선수는 팀의 귀중한 자산이다.

문제를 일으켰다고 쉽게 방출할 수는 없다.

선수들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당연한 것처럼 요구한다"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방영한 다큐멘터리 "축구선수, 섹스, 돈 : 뭐가 잘못됐나"(Footballers, Sex, Money :What`s Wrong?)에서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감독이 한 말이다.

레드냅 감독의 이 발언은 일부 유명 축구선수들이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해도 쉽게 쫓아내지 못하는 사정을 알기 쉽게 설명한 말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 2016-2017년 시즌부터 3년간 TV 중계권료가 무려 1조엔(약 9조 7천억 원)에 이른다.

최하위 팀에도 1년에 200억엔(약 1천950억 원) 가까운 수입이 돌아가는 엄청난 금액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전 세계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딴세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이 잉글랜드팀 주장이 됐을 무렵부터 '축구 원조국'에는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축구 보도도 과열되기 일쑤다.

특히 늘 이기는 팀에 대한 미디어의 압력은 엄청나다.

어쩌다 지기라도 하면 마치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이런 과도한 보도의 배경에는 벼락부자에 대한 세상의 질투심이 자리 잡고 있다.

늘 이기던 팀이 지기라고 하면 통렬히 비판하는 기사 속에 "이번 시즌 선수 보강에 돈을 얼마나 썼느냐?", "이 선수의 연봉이 얼마냐?"라는 구절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 엄청난 돈을 쓰고서도…"라거나 "돈을 그렇게 많이 버는데…"하는 식이다.

영국의 열렬 팬들이 축구에 큰돈을 쓰는 것도 배경의 하나다.

경기장 입장료는 계속 오르고 매년 디자인을 바꾸는 레플리카 셔츠 구입비, 위성방송 시청료 등 축구계는 서민들의 코 묻은 돈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에 잇따라 져서 팬들의 꿈을 깨뜨리면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뒤집어쓰게 된다.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압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