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원숭이 해 첫 국무회의 일성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주문했다.

고강도 사정 국면을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보인다.

부연하면 취임 직후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기조로 밝힌 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인 4년차에 접어들면서 공직사회에 불어올지도 모를 레임덕을 미리 방어함은 물론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발생될 부정부패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생각도 담겨 있는 것 같다.

공직사회의 청렴도 제고 노력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선진화된 국제사회는 한국의 청렴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오랜 산업화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찌든 부패친화적 패거리문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혹평한다.

먹고 사는 물질의 풍요는 이룩했을지는 몰라도 나눔의 공동체정신 풍요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 같다.

산업화의 경쟁 속에서 법이나 원칙은 등한시 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대목에서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국제 반부패 단체(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내놓은 부패인식지수(CPI)가 주목된다.

지구촌 국가들의 청렴 수준을 가늠하는 이 지수는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에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전문가의 인식을 반영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산출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100점 만점에 55점대에 머물러 있다.

과락(40점)은 면했지만 합격(60점)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부패와 청렴 사이의 깔딱고개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국가 순위로는 175개국 중 40위권이다.

최근 10년을 보면 2008년 40위에서 2009년 39위, 2010년 39위, 2011년 43위, 2012년 45위, 2013년 46위다.

점수든 등위든 별 진전이 없어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은 70점대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전문가들은 70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보고 있으며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로 해석한다.

전통적으로 청렴한 북유럽 국가들의 점수는 80~90점대를 랭크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바로 이 점수대로 1~5위권에 있다.

이들은 어떻게 했길래 이같이 청렴할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보책임자로 7년동안 봉직하면서 북유럽 국가들의 청렴 현장을 돌아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정말로 의회의사당에서 고급승용차는 물론이고 소형차도 보기 힘들다.

반면에 자전거가 즐비하다.

지하철 버스 등으로 출퇴근하는 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모습도 자연스럽다.

비리가 적발되면 당연히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핀란드 총리가 과속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사례는 너무나 유명하다.

옴부즈만 발상지 스웨덴에서는 공직자가 이해관계자나 직무관련자에게 맥주 한잔을 얻어먹어도 처벌받는다.

우리도 청렴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엄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특히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야 한다.

법정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표현은 기업총수들과 정치인의 솜방망이처벌에서 비롯된 말이다.

세인들은 비리가 터질 때마다 사정기관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처벌하겠다’는 엄포는 양치기소년이 하는 말 같다고 한다.

강력한 처벌이 이어져야 청렴선진국을 건설할 수 있다.

정치의 계절 총선이 다가온다.

선거판 뒷골목에서 '주는 X이 있으니 받는 X이 있다'는 말이 없어지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깨끗한 선거를 위해 유권자들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요구된다.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김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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