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황금빛 김제평야···어린시절 추억 풍경 등 감각적 언어로 그려 재미 '쏠쏠'

시인과 작가의 고향은 문학의 근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곳은 시대를 뛰어 넘어 작가와 작품을 기억하게 하고, 그곳에서의 삶은 문학의 힘을 일궈내는 동력이다.

고향은 문학의 생명을 잇게 한 정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의 고향산천에서 만나는 풀 한 포기나 꽃 한 송이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시인과 작가들이 글로써 고향을 그려냈다.

전북작가회의(회장 김병용)가 회원 수필집 ‘우리 집 마당은 넓었다’(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49명의 회원이 참가한 수필집의 주제는 고향이다.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자신이 태어났거나 제2의 고향으로 삼은 곳의 기억과 풍경을 엮었다.

전북 지역 각 지자체들이 지역을 소개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하늘과 땅과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다 보면, 그곳이 고향이다.

전북이 고향인 독자라면 자신의 고향을 작가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완주군 구이면이 고향인 유강희 시인은 온몸이 진흙투성이여도 구름처럼 웃고 물처럼 자유롭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어린 강희’는 강아지, 염소, 메기, 까치, 지렁이, 허수아비, 사람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까지도 마치 자신이 창조주라도 된 것처럼 진흙으로 온갖 형상을 만들었다.

시인은 “그런 연유로 나는 지금까지 시를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고향은 문학의 근원이다.

김병용 소설가는 “내 상상력을 키워준 고향 진안의 지명과 이야기들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한다.

백가흠 소설가도 “내 문학의 근원은 소멸되고 폐허가 되어가는 공간에서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무한한 창작 모티브로서 익산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서울이 쓸 수 없는 것을 백가흠 소설가의 펜을 빌어 익산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연구자인 최동현 시인도 “소리의 고장 순창에서 났기 때문에 판소리를 좋아하게 되었고, 연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인과 작가들이 떠올리는 고향에는 수많은 풍경이 있다.

아동문학가 김자연 씨는 가을날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김제의 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갈래머리 여고생의 풋풋한 꿈이 떠오르고, 김저운 소설가는 능소화 꽃빛으로 물들어가는 부안의 서쪽 하늘을 보며 시를 외우며 걷던 단발머리 소녀를 떠올린다.

동화작가 박서진 씨는 봄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하면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이 있었다.

남원 금지면의 큰집 뒷마당에 있는 살구다.

살구꽃이 피기 시작하면 온 동네에 등불이 켜지는 것처럼 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의 기억 속 봄은 살구꽃이 피면서부터 시작된다.

김행인 시인은 비탈진 골목을 한발 한발 오를 때마다 동이에 가득찬 물이 출렁거리며 어머니 어깨를 적시곤 했던 무주 부남면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판소리의 고장인 남원에서 태어난 복효근 시인은 “어딜 가면 소리 한 자락 하라고 해서 소리를 못하는 나는 늘 곤혹과 함께 남원 사람으로서 체면치레를 못할 때가 많다”고 고향 자랑을 에둘러 표현한다.

글은 김명국, 김병용, 김소윤, 김용택, 김유석, 김익두, 김자연, 김저운, 김종필, 김행인, 박남준, 박서진, 박성우, 박수서, 박예분, 박월선, 박태건, 배귀선, 백가흠, 복효근, 서정임, 서철원, 신귀백, 신재순, 안성덕, 오용기, 오창렬, 유강희, 유수경, 윤미숙, 이강길, 이병초, 이소암, 이영종, 이윤구, 이은송, 임명진, 임희종, 장마리, 장은영, 장창영, 정성수, 채명룡, 최기우, 최동현, 최자웅, 하미숙, 한지선, 황숙 등 전북작가회의 회원 49명이 참가했으며, 화가 황진영 씨가 삽화를 맡았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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