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의 시선-목소리로 유족-친구들에 위로의 메시지 담아

우리는 여전히 4월 16일을 여전히 기억한다.

그날 이후 온 세상은 슬픔에 잠겼다.

아직 부모의 품이 그리울 어린 아이들은 가족에게 제대로 인사도 전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갔다.

생떼같은 아이들을 그저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의 가슴은 어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시인들이 펴낸 ‘엄마. 나야.’는 아이들의 목소리다.

안산시 단원구의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시인들이 떠난 아이들의 생일 때마다 생일모임이 열린다.

사무치게 그리운 내 아이의 생일날, 다 같이 모여 고비를 넘기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가 좋아했던 음식으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생일상을 차린다.

가족, 형제, 친구가 함께 둘러앉아 생일의 주인공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한다.

치유공간 이웃을 설립하고 유족들을 상담해온 정혜신 정신과의사, 이명수 심리기획가는 34명의 시인에게 아이들의 생일날 낭송할 시를 청탁했다.

주인공은 아이다.

아이들 시선과 목소리로 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시인들은 유족과 친구들이 들려 준 이야기, 생전의 모습들을 보며 아이들의 생전 말투, 생각들을 시에 녹여냈다.

어느 누구에도 위로받지 못한 부모에게 위로는 오직 아이다.

아이에게로부터 ‘잘 지낸다’는 말 한마디라도 들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모를 위해 시인들은 아이가 됐다.

그래서 책 표지에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이라고 썼다.

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었다.

지난해 9월부터 발표된 생일 시를 엮은 ‘엄마. 나야.’에는 박준, 이우성, 김민정, 허수경, 김선우, 진은영, 도종환, 이병률, 나희덕 등 시인 33명이 참여했다.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엄마 미안/밤에 학원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듯하고 부드럽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중략)/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그리운 목소리로 예은이가 말하고, 시인 진은영이 받아 적다.

누군가는 이러한 과정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며 의구심을 갖는다.

시인들 역시 부담감이 상당했다.

아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지, 부모의 마음을 어떤 단어로 어루만질 수 있을지.하지만 어딘가에 있을 아이의 목소리가 타전될 때 남겨진 이들은 죄책감과 더불어 아이들이 그리 멀지 않은 데서 우리를 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든다.

없는 사람을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없지만 시인의 몸을 빌려 들을 수 있는 아이의 목소리에 엄마들이 아빠들이 가족들이 친구들이 와락, 아이를 붙잡는 심정으로 울고 웃었다면 그 순간만큼은 아이와 조우한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많은 이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이 책의 인세 전액은 다음 생일시집을 내는 데 쓰인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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