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과 9ㆍ15 대타협 파기로 노동개혁이 위기를 맞으면서 향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한노총의 기득권 지키기가 대타협 파기의 본질이라고 보고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겠지만, 여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도 대화 파트너가 협상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해 어차피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이 물 건너간 만큼 그동안 이뤄진 노사정위의 성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정부가 중심을 잡고 노동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노동계가 빠진 상태에서 사(社)ㆍ정(政)의 바퀴 두 개로 향후 노동개혁이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노동개혁이 노사 이해 충돌로 막힐 경우 전문가 집단의 합리적인 대안을 받아 정부가 주도하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바람직하다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노사정은 작년 9ㆍ15 대타협 합의문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도전이 매우 엄중하지만, 노동시장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사정은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개선,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보호, 장시간근로 개선과 노동시장의 불확실성 제거, 노동시장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런 노사정의 경제에 대한 현실 인식과 노동개혁의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경제는 대외 악재들이 중첩하면서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투명, 국제유가 급락,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고 있고,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불안해졌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0%가 넘는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릴 방안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다급한 처지다.

노동계는 정부ㆍ여당의 노동개혁법안과 양대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이 추진될 경우 소득 불평등이 가중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될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는 최대 37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개혁은 청년층과 여성에 대한 일자리 확충,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노동 이동의 유연성 등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청년층의 취업 절벽 완화를 위한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의 범위 등 현실적인 문제도 걸려 있다.

정부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가 아니라 '불참'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화에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노동개혁이 두부 자르듯 단번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면 노사정의 신뢰회복은 중요하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노동개혁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해 2천만 명에 가까운 전체 근로자 가운데 10%에 불과한 노조가 아닌 90%의 비노조 근로자의 권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소속 기업 노조원은 상당수가 고임금 정규직으로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있으므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귀족노조로서 자신들의 기득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노동개혁에 뜻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이 그러하다면 노동개혁은 기존 노조의 권익보다 하청업체 근로자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화하고 경제계도 여기에 힘을 실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개혁이 노조와 야당이 주장하는 쉬운 해고나 소득 불평등 확대, 비정규직의 양산이 아니라는 점을 결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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