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바닥은 어디인가?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1년 반 동안 70%나 하락하여 배럴당 30달러를 지나 이미 20불대로 내려간 상태이다.

더구나 최근 對이란 경제제재 해제 조치로 이란산 원유까지 세계 원유시장에 본격 공급하게 되면 원유가격이 10불 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초저유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석유 등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정부•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국제유가 왜 이렇게 떨어졌는지부터 알아보자. 상품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와 같은 유가 폭락은 세계 원유시장에서 석유에 대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때문에 발생하였다.

수요 측면에서 세계 경제의 장기불황•경기침체(특히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면서 전 세계 원유의 12%를 소비하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석유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급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는 줄고 있는데 공급은 그대로이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경제원리상 당연하다.

여기에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수출을 확대하게 되면 원유가격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미국도 지난해 말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이다.

세계 원유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저유가 지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저유가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국내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처지이다.

우선적으로 저유가로 석유 수입 금액이 줄어들면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기업 생산비용이 줄어 제품가격이 싸지면서 가계 구매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

화학, 섬유, 자동차 등 산업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20~30달러까지 떨어지는 초저유가가 상황에 접어들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재정수입 상당 부분을 원유에 의존하는 산유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플랜트/건설 수주 감소로 어려움을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화석연료와 대체 관계로서 유가와 경쟁을 해 야하는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산업 분야도 저유가 상황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경우 기존의 휘발유•경유차량에 비해 저렴한 유지비가 가장 큰 장점인데 지금처럼 기름값이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 보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중점 추진하려고 하는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 Energy Storage System) 등을 활용한 에너지자립섬의 경우도 지금과 같은 저유가에서는 투자비 회수기간이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분석되어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당장 싼 기름값에 현혹되어 에너지 효율향상 노력이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산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배럴당 40달러 미만의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다가 2004년 이후 유가가 급등, 2008년 배럴당 140달러까지 올라갔던 역사적 경험을 겪은 바 있다.

오늘의 저유가 상황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으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언젠가 없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기름값은 올라가고 40년 정도 지나면 고갈되게 되어있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정부는 이미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신산업 육성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진국인 유럽은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후발주자지만 이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은 에너지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당장의 저유가에 현혹되어 일본의 역사적 경험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경쟁국들과 경쟁하고 미래세대에 물려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과제를 게을리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고 과제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전북지역본부 박관순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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