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숙원 입법이었던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다.

최근 3년 사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입법이 이루어졌지만 지역문화진흥법은 입법 과정에서 특히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단순히 이해관계가 투영된 개별 입법이 아니라 이미 한계를 드러낸 국가 주도의 획일적인 문화진흥을 지역 단위의 이니셔티브로 전환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영한 입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문화진흥법은 시행 초기부터 아무리 거창한 취지를 지니고 있는 법률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 해 2월, 5년 단위의 법정계획인 지역문화진흥시행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전라북도는 해당 계획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문화 기반 구축과 지역문화의 균형발전 토대 마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문화진흥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행계획에 반영된 관련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럴싸한 수사로 포장만 했을 뿐, 행정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예산편성에는 뒷짐을 진 것이다.

예컨대, 시행계획 상의 신규사업은 총 21개이고 이 중에서 당장 올해부터 추진하도록 되어 있는 사업은 11개 사업인데 예산편성이 이루어진 것은 불과 2개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계획연도인 2019년까지 총 5,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첫 출발부터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과도한 투자계획이었다면 계획 수립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도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기초자치단체는 아예 계획수립 자체가 거북이 걸음이다.

도내 14개 시·군 중 시행계획을 확정한 자치단체는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 2020」과 전라북도 및 시·군의 지역문화진흥시행계획이 5년 단위로 연동되어 추진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첫 걸음마부터 이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다.

계획의 적시성을 떨어뜨림으로써 법정계획의 실효성을 해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문제는 입법예고 단계 이전부터 인지된 문제로서 사전에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그런데도 계획연도 5개년 중 1개년 이상을 계획수립에 소모하고 있다는 것은 늑장 행정의 문제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예술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중대한 제도적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정치도구화가 자행되던 7,80년대와 90년대의 공급자(예술가) 중심의 지원정책, 그리고 2000년대 수요자 중심의 문화예술정책이 최근에는 지역과 생활,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는 지역 단위의 고유 자원에 주목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주도적인 지역문화진흥을 추진하고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수립과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정책결정권자인 자치단체장들의 관심과 법률을 주도적으로 이행하려는 행정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